'감각·정서·예지'…서정주 시론집 2권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먼저 감각을, 먼저 정서를―일찍이 가져 보지 못했던 생생한 감각과 정서를 애써 집중하고 키워가기에 각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지의 경지란 이리하여 드디어 필연의 도정에 의해서만 도달될 수 있는 길임에 불과하다."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는 박목월·조지훈과 함께 쓴 '시 창작법'(1949)에서 감각·정서·예지를 시 창작의 주요 단계로 파악했다. 순간적인 감각이 쌓여 정서가 된다고 보면, 정서를 취사선택해 인류 앞에 내보이는 게 시인의 일이라는 얘기다. 서정주는 "시란 결국 수백 수천 년 사상 언어(思想言語)의 승화된 집중 표현이요 그 제시"라고도 했다.
미당의 시론을 정리한 책이 나왔다. 출판사 은행나무가 발간하는 '미당 서정주 전집' 12·13권이다. '시 창작법' 가운데 미당이 집필한 부분과 1969년작 '시문학원론'을 한 권으로 묶었다. 다른 한 권에는 현대시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한국의 현대시'(1969)를 실었다.
미당은 평론가가 아닌 시인으로서 시작(詩作) 체험에 근거해 독특한 시론을 세웠다. 감각·정서·예지를 시인의 능력으로 내세운 시론은 이성중심주의에 뿌리를 둔 서구 문학이론에 대한 반성과 회의의 산물로도 읽힌다. 미당은 '국화 옆에서', '부활' 등 작품을 쓴 과정을 설명하며 시 창작법을 자연스레 해설한다.
'한국의 현대시'는 최남선의 신체시부터 1960년대까지 한국 시단의 경향과 시인에 관한 글을 묶은 책이다. 김소월·한용운·이상화·김영랑·신석정 등 시인론과 함께 황동규·정현종·마종기·문효치 등 현재는 원로가 된 시인들의 신인 시절 작품에 대한 짧은 평도 실렸다. 서정주 전집은 20권까지 발간 예정이다. 각권 308∼324쪽. 각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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