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선수-코치-사령탑으로 우승한 김승기 감독
데뷔 2시즌 만에 농구코트 최고 지도자로 우뚝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KGC 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이 프로농구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와 코치, 사령탑으로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김 감독은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6차전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인삼공사의 88-86 승리를 이끌었다.
4승2패로 승부를 결정지은 김 감독은 프로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김 감독은 원주 TG삼보(현 원주 동부) 소속이었던 2002-200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고, 2007-2008시즌에는 코치로 동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인삼공사가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까지 차지하는데 김 감독의 역할이 가장 컸지만, 그가 감독으로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이 같은 결과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인삼공사 수석코치 시절인 지난 2015년 8월 당시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됐던 전창진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팀의 사령탑 자리를 물려받았다.
팀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행'이란 꼬리표를 달았지만, 김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구단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4개월 만에 정식 감독으로 임명된 김 감독은 2015-2016시즌 빠른 스피드와 강한 압박 농구를 앞세워 전 시즌 8위였던 팀을 4강 플레이오프(PO)까지 진출시켰다.
2016-2017시즌이 되자 김 감독의 리더십은 만개했다.
시즌 초반부터 서울 삼성, 고양 오리온과 선두경쟁을 벌였고, 6라운드에서는 무서운 기세로 9경기를 모두 이겨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인삼공사 구단 역사상 최초의 정규리그 우승이다.
김 감독은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으면서 데뷔 2시즌 만에 최고의 사령탑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김 감독은 4강 PO에서 울산 모비스에 3연승을 거두면서 가볍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챔피언결정전의 상대는 김 감독과 같은 1972년생으로 동갑내기이지만, 현역시절 프로농구 최고 스타로 꼽혔던 이상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이었다.
김 감독도 현역시절 국가대표를 거쳤지만, 이 감독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끝내 4승2패로 삼성을 꺾고 우승컵을 드는 데 성공했다.
1차전에서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가 발목을 다쳐 전력에 누수가 발생했지만, 김 감독은 인삼공사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골 밑에서 제 몫을 했지만, 김 감독은 데이비드 사이먼과 오세근의 조합으로 맞불을 놨다.
또한, 사익스가 빠진 자리에 신인 박재한을 투입한 것과 마이클 테일러를 초단기 교체선수로 영입한 판단도 모두 들어맞았다.
초보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노련한 판단이었다.
2시즌 만에 정상에 오른 김 감독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일지 농구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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