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톤 싣고 '기우뚱' 아찔한 레미콘…안전관리 사각지대
났다 하면 대형참사…기사 안전교육제도도 없어
(전국종합=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말 30대 부부가 레미콘 차량에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며 도로 위를 달리는 레미콘 차량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레미콘 차량은 최대 중량이 40톤이나 되는데 무게중심이 위쪽에 있어 넘어지는 사고가 나기도 쉽다. 그러나 건설기계로 분류되는 탓에 교통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레미콘 차량에 대한 안전관리 제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 중량 최대 40톤…'났다'하면 대형참사
흔히 레미콘이라고 불리는 '콘크리트 믹서 트럭'은 차량의 무게가 일반 승용차에 비해 20배 이상 나간다.
최대로 적재할 경우 40톤 이상의 무게가 나가 사고가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특히 콘크리트를 운반할 때 무게중심이 차체 상부에 위치해 회전이나 급격한 핸들조작이 이뤄지면 차량이 뒤집히거나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2차 사고도 빈번하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오후 2시 3분께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원지 입구 사거리에서 김모(55)씨가 몰던 대형 레미콘 차량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카니발 승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카니발 운전자 김모(36)씨와 운전석 뒤에 타고 있던 부인 이모(37)씨가 숨졌다. 뒷좌석에 함께 타고 있던 아들 김모(6)군과 이씨의 언니(39), 레미콘 운전자 김씨도 다쳤다.
앞서 올 1월 6일에는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삼거리에서 레미콘 차량이 신호대기 중인 차량 7대를 잇달아 들이받아 운전자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2015년 10월에는 충남 서산에서 레미콘 차량이 넘어지면서 승용차를 덮쳐 차에 타고 있던 3명이 숨졌다. 레미콘 차량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피하려다 핸들을 급하게 꺾으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 전국 레미콘 2만5천여대…안전관리 사각지대
3일 대한건설기계협회에 따르면 5월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레미콘 차량은 2만5천442대다.
17만여대인 지게차나 13만여대인 굴착기 등 다른 건설기계와 비교하면 대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대형사고 가능성이 큰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건설기계협회 관계자는 "경사진 곳이나 입구가 좁은 곳 등에서 레미콘 차량은 사고가 나기 쉽다"면서 "그런데도 안전교육제도가 아직 없다는 것이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믹서 트럭이나 타워크레인과 같이 큰 장비는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나기 때문에 안전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건설기계는 도로를 운행하는 것이 주목적인 차량이 아니다 보니, 정작 교통안전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안전교육이 따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지난해 12월 삼표그룹에서 업계 최초로 레미콘 현장에서 일하는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한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했다.
택시나 버스 등 사업용자동차의 경우 교통안전공단에서 운전기사의 사고·벌점 이력, 차량 점검과 진단 관리를 하지만 건설기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교통안전공단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건설기계 관리는 우리 권한 밖의 일이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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