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월터에게 김현수는 '부품'…우완 투수 나와도 외면

입력 2017-05-02 11:28
쇼월터에게 김현수는 '부품'…우완 투수 나와도 외면

최근 2경기 연속 멀티출루에도 김현수는 벤치 지켜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들쭉날쭉한 출전으로 힘겨운 4월을 보냈던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5월 역시 '봄'은 아니었다.

벅 쇼월터 감독의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한 포지션에 다양한 선수를 두고 상대에 따라 기용하는 작전)에 갇힌 김현수는 우완 투수 선발 등판일에도 벤치를 지켰다.

김현수는 2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방문 경기에 결장했다.

이날 보스턴은 우완 릭 포셀로를 선발로 냈고,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 대신 라이언 플래허티를 8번 타자 좌익수로 기용했다.

플래허티가 김현수를 대신해 선발 출전한 건 포셀로를 상대로 타율 0.429(14타수 6안타)에 1홈런 2타점으로 강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김현수의 결장 사유를 완전히 설명하기 힘들다. 김현수도 포셀로에게 타율 0.286(7타수 2안타)으로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팀에서 300타석 이상 들어간 선수 중 타율 1위(0.302)를 남긴 김현수지만, 올해 그는 우완투수가 나왔을 때만 경기장에 나설 수 있는 쇼월터 감독의 '부품' 가운데 하나다.

볼티모어는 액티브(25인) 로스터에 김현수를 비롯해 크레이그 젠트리, 세스 스미스(이상 좌타자), 애덤 존스, 조이 리카드, 세스 스미스, 트레이 만치니(이상 우타자)까지 7명의 가용 외야수를 보유했다.

플래허티는 아예 내야수로 분류된 선수다. 올해는 한 번도 외야 수비를 소화하지 않았음에도 김현수를 대신해 선발 좌익수로 출전했다.

쇼월터 감독의 김현수에 대한 '신뢰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현수의 타격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김현수는 불규칙한 출전 속에서도 타율 0.257(35타수 9안타) 1홈런 3타점을 올렸다. 게다가 최근 2경기 연속 멀티출루(한 경기 2출루 이상)다.

하지만 성적이 나니 쇼월터 감독을 무작정 원망하기 힘들다. 이날 볼티모어는 보스턴에 5-2로 승리해 16승 8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 쇼월터 감독의 기계적인 플래툰 시스템을 비판했던 현지 언론도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지난달 28일 "볼티모어가 시즌 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벤치에 있는 각 선수의 힘을 고루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추켜세웠다.

지난해 김현수는 구단과 감독의 노골적인 외면에도 실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김현수는 올해도 작년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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