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년 역사 오스트리아 축구팀 재정난에 해산 직면

입력 2017-05-01 16:39
123년 역사 오스트리아 축구팀 재정난에 해산 직면

1894년 창단 '퍼스트 비엔나 FC' 화려한 과거 뒤로하고 몰락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20세기 독일, 오스트리아 클럽 축구를 이끌었던 오스트리아의 '퍼스트 비엔나 FC'가 자금난으로 해산 직전까지 내몰렸다고 AFP통신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빈이라는 독일어 지명 대신 '비엔나'라는 영어 지명을 쓰는 이 팀은 19세기 영국 이민자들이 주축이 돼 출범했다. 응원 구호도 영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히틀러 나치 정권 아래에서도 이 팀은 '비엔나'라는 이름을 그대로 썼을 정도로 대중에게 인기가 높았다.

1925년 스페인 원정 경기에서는 바르셀로나를 4대 1로 격파했다.

영국을 제외하고는 유럽 대륙에서 가장 큰 축구 경기장인 호헤 바르테 스타디움을 홈 경기장으로 쓰고 있고 '경이적인 팀(Wunderteam)'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시대를 앞선 감독으로 불리며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축구팀을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3위로 올려 놓은 휴고 마이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클럽팀이기도 했다.

히틀러의 제3제국 시기에는 유대인 선수들을 클럽에서 쫓아내는 등 아픈 역사도 갖고 있다.

팀이 출범하던 해 첫 공식 경기에 참가했던 루돌프 슈피처는 홀로코스트에서 희생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퍼스트 비엔나 FC'는 마지막 황금기를 누렸다.

1955년에는 여섯 번째 오스트리아 챔피언십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1992년부터 눈에 띄게 경기력이 쇠퇴하면서 1부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밀려나 지금은 오스트리아 3부리그인 레기오날리가까지 내려갔다. 작년 12월부터 선수들에게 급료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오스트리아에서는 빅 클럽인 레드 불 잘츠부르크 정도만 경기장에 1만5천∼2만명의 관중을 모으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게르하르트 크리쉬 구단대표는 AFP통신에 "분데스리가를 포함해 2천∼3천명도 안되는 서포터들만으로 클럽을 운영하기는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6세 때부터 서포터였다는 요제프 케글레비치는 "비엔나는 뭔가 특별한 게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이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들에서는 더는 인간미가 없다. 그들에게 서포터는 그냥 숫자일 뿐이지만 비엔나에서는 영혼 같은 게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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