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에 담긴 삶의 의지"…밥퍼나눔 '1천만 그릇' 돌파
최일도 목사, 2일 밥퍼나눔운동본부서 '오병이어' 행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다일공동체가 밥퍼나눔운동을 통해 노숙인 등 굶주린 이웃에게 무료로 제공한 식사가 1천만 그릇을 돌파했다
다일공동체는 "1988년 11월 11일 청량리역 광장에서 노숙인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제공하며 시작한 밥퍼나눔운동이 29년의 세월이 흘러 1천만 그릇을 돌파하게 됐다"고 2일 밝혔다. 이는 한국 인구의 5분의 1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 목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로부터 돈 한 푼 보조 받은 일 없이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만으로 이뤄낸 쾌거"라며 "29년간이나 밥퍼나눔운동이 이어져 온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님께서 친히 당신 백성들을 먹이고 입히고 살리는 생명과 부활의 역사(役事)를 하셨다"며 "하나님께서 자원봉사자들을 감동하게 하지 않았으면 이어오지 못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목사는 "청량리에서 시작한 밥 한 그릇의 나눔이 외국으로도 퍼져 우간다와 탄자니아, 네팔 등 전 세계 10개국에 17개 분원이 자리 잡게 됐다"며 "묵묵히 꾸준히 일해준 얼굴 없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1천만 그릇을 나누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밥퍼나눔운동을 있게 한 '함경도 할아버지'를 꼽았다.
"이름도 주민등록도 없이 고향이 함경도라 '함경도 할아버지'로 불렸던 분이에요. 1988년 11월 11일 경춘선 열차를 타러 청량리 광장에 왔었는데 제 앞을 걷던 할아버지가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봤죠."
당시 신학생이었던 최 목사는 나흘을 굶은 할아버지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대접했고 이 한 그릇이 밥퍼나눔운동의 시초가 됐다.
독일 유학을 준비 중이던 최 목사는 유학의 꿈을 접고 청량리역에서 냄비 하나로 라면을 끓여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어 1989년 사회복지법인을 만든 뒤 나눔 운동을 보다 조직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으며 메뉴 역시 라면에서 밥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제공된 식사는 2006년 5월 300만 그릇, 2011년 5월 500만 그릇, 2014년 7월 700만 그릇, 2017년 5월 1천만 그릇을 넘게 됐다. 또 29년간 밥퍼나눔운동에 참가한 자원봉사자 수도 연인원 약 50만 명에 달한다.
다일공동체는 현재 전 세계 10개국 17개 분원에서 '밥퍼'(급식지원), '꿈퍼'(교육사업), '헬퍼'(의료사업)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 목사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의 나눔으로 새로운 삶의 의지를 찾은 사람이 많다"며 "나눔의 대상이었던 노숙인들이 갱생한 뒤 밥퍼나눔운동에 자원봉사자로 동참하는 순간이 가장 감동적이다"라고 밝혔다.
다일공동체는 1천만 그릇 돌파를 기념하는 '오병이어'(五餠二魚) 행사를 2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연다.
5월 2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 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되새기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 김종욱 서울시 정무부시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전 월드비전 회장 박종삼 목사 등 2천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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