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주가 조작' 성세환 회장 등 4명 정식 재판에 넘겨(종합)

입력 2017-05-01 18:52
'BNK 주가 조작' 성세환 회장 등 4명 정식 재판에 넘겨(종합)

"금융지주 그룹 주가조작 첫 사건…자본시장 교란 중대 범죄"

기업에 390억원어치 주식매입 권유…BNK측 "불순한 의도 없었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BNK금융지주의 주식 시세 조종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성세환(65·구속) 회장 등 4명을 정식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1일 브리핑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19일 구속한 성 회장과 BNK 금융지주 부사장을 지낸 계열사 사장 김모(60·구속) 씨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차장검사는 "금융지주 그룹이 주가를 조작한 최초 사건이자 주가 조작으로 금융지주 회장을 구속한 첫 사례"라며 "준 공공기관인 은행이 갑의 위치에서 거래 업체에 주식을 사도록 하는 수법으로 자본시장을 교란한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BNK투자증권 전 대표 안모(56) 씨와 BNK 투자증권 영업부장 이모(46) 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BNK금융지주 현 부사장 박모(56) 씨와 BNK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 김모(52) 씨,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 BNK투자증권은 약식 기소했다.

윗선의 지시를 받고 거래 업체에 주식 매입을 요구하거나 권유한 20여 명은 기소 유예 또는 입건 유예 처분을 받았다.

공소사실을 보면 BNK 금융지주의 주가 조종은 성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성 회장은 2015년 11월 25일 BNK 그룹 계열사 대표 회의에서 "거래처를 동원해 주식을 매수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8일 전 7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고 그 다음 날 주가가 22.9%나 떨어진 것에 대한 대책이었다.

당시 BNK금융지주 부사장이었던 김 씨는 부산은행과 여신 거래관계에 있던 거래업체 명단을 작성, 부산은행 임직원들에 업체를 할당해 주식매수를 요구하도록 지시했다.

최고위층 지시를 받은 부산은행 임원들과 지점장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거래 업체 대출을 담당하는 영업본부장은 부산은행에 대출이 있는 업체들에 주식 매수를 직접 요구했다.

지점장들은 '자금이 없어 주식을 살 수 없다'는 거래업체 대표에게 찾아가 "인사 고과를 잘 받으려면 주식매수가 필요하다"고 통사정하기도 했다.



몇몇 지점장들은 주식발행가액 산정 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해 1월 8일 거래처 대표에게 전화해 "실적 때문이니 오늘 내로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해 종가 시간에 주문을 넣는 등 무리하게 주식매수를 부탁했다.

부산은행 임직원들은 2015년 12월∼2016년 1월 8일 거래기업 46곳에 주식매수를 부탁하거나 권유했고 '을'인 거래업체 대표들은 BNK 금융지주 주식 464만5천여 주(390억원 상당)를 사들였다.

BNK투자증권 임직원들은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기간에 거래처 14곳의 자금 173억원으로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고가매수나 물량소진, 종가관여 주문을 제출해 주가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런 시세조종 결과 지난해 1월 7일 8천원이었던 BNK금융지주 주가는 다음 날 8천330원으로 뛰어올랐다.

호가 관여율 17.7%로 나타났는데 금융감독원은 보통 호가 관여율이 5%를 넘으면 시세조종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검찰에 고발한다.

BNK금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시 외국인과 기관들의 대규모 공매도에 맞서 BNK의 정당한 주식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어행위를 하였던 것으로 주가조작을 하려는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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