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결선투표 D-7…마크롱 우위 속 르펜 막판 추격

입력 2017-04-30 19:33
수정 2017-04-30 19:37
佛대선 결선투표 D-7…마크롱 우위 속 르펜 막판 추격

르펜, 군소후보 뒤퐁애냥과 反EU 선거연대 합의…마크롱 "정치적 사기에 불과"

마크롱 우군 속속 결집 "극우 집권만은 절대 안돼"…지지율 하락세 반전 시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5월 7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극우정당 후보 르펜은 유럽연합(EU) 탈퇴와 유로화 폐기 공약을 재확인하고, 강한 민족주의 성향의 군소후보와 선거연대에 합의했다. 중도신당의 마크롱은 시민사회단체, 사회 각계 주요인사들을 끌어모으면서 "극우 집권 저지를 위해 모두 뭉쳐야 한다"고 호소하며 막판 세 결집에 나섰다.

먼저 결선투표 지지율 40% 내외를 기록하며 마크롱을 뒤쫓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 후보 마린 르펜(48)은 반(反)유럽연합·반자유무역의 목소리를 높이며 세계화 과정에서 좌절한 노동자·서민층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르펜은 주말인 29일 저녁(현지시간)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해온 대선 군소후보 니콜라 뒤퐁애냥(56)과 선거연대 합의를 발표했다. 집권 시 그를 총리로 지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뒤퐁애냥은 '데부 라 프랑스'(우뚝 선 프랑스)라는 강한 민족주의 성향의 정치단체 후보로 이번 대선에 출마해 1차 투표에서 4.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 역시 르펜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해왔다.

르펜은 "능력과 애국심이 있는 인물들을 끌어모아 거국적인 통일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U와 유로존 탈퇴 공약에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최근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피해 온 르펜은 본격적으로 유럽연합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30일자 일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유로화는 이미 죽었다"면서 "유로는 이 나라 대량 실업의 큰 원인을 차지하는 족쇄와 같다. 다른 나라들처럼 국가 통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펜은 이어 "유럽연합에 통화주권 회복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현재의 유로 단일통화를 유럽 공동통화로 바꾸자는 것이다. 유로화는 일상적인 소비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기업 간 국제 거래에만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르펜은 유럽연합 재협상과 탈퇴를 주장해온 극좌파 대선 후보 장뤼크 멜랑숑 지지층에도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진짜 적은 자유무역주의자이자 전직 투자은행가였던 마크롱"이라며 마크롱의 친기업적 공약들은 좌파의 이상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임을 고려해 결선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대선 1차 투표에서 19.58%를 얻어 4위를 기록한 멜랑숑은 결선 진출에 실패한 공화·사회당 후보들이 극우집권 저지를 위해 마크롱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달리 마크롱 공개 지지는 거부했다. 그는 르펜에게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다만, 멜랑숑의 대변인 알렉시스 코르비에르는 르펜의 주장을 즉각 거부하고 지지자들에게 "단 한 표도 국민전선에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가 28일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멜랑숑 지지자의 40%가 결선에서 마크롱을 찍겠다고 답했고, 41%는 기권, 19%는 르펜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은 극우 집권에 대항하는 우군들을 계속 결집하면서 결선 레이스를 개방 대(對) 폐쇄의 구도로 가져가고 있다.

마크롱은 르펜과 뒤퐁애냥의 선거연대 합의를 "르펜이 자신의 신뢰성 문제를 해소하려는 정치적 사기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한쪽에는 유럽에 반대하는 반동적인 극우세력이 있고, 한쪽에는 유럽과 프랑스의 사회·경제 개혁을 지지하는 진보파가 있다"며 개방과 프랑스의 발전을 내세운 자신을 중심으로 전 프랑스가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린피스와 인권연대 등 프랑스의 61개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일요신문 '주르날 뒤 디망슈'에 호소문을 내고 마크롱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구경꾼이 되지 말고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프랑스 사회의 가치들을 지켜내자"면서 타자를 배격하는 극우세력에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결선에서 마크롱을 찍겠다고 밝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재차 마크롱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회의에 참석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마크롱을 찍은 한 표가 극우의 집권을 막게 될 것"이라면서 "유권자들은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올랑드는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내각에 "르펜이 가능한 한 최저 득표를 하도록 이번 대선에 최선을 다하라"며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밖에 르피가로와 르몽드, 르파리지앵 등 주요 일간지에는 "극우 집권은 재앙이다" "이견은 당분간 뒤로 하고 르펜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표를 행사하자"라고 호소하는 기고문이 매일같이 게재되는 등 선거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지지율이 다소 빠졌다.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에 오른 마크롱은 고급음식점에서 1차 투표 승리 자축연을 열어 구설에 오른 데다 르펜의 치고 빠지기식 게릴라식 홍보전략에 밀리는 모습을 잇달아 보이면서 지지율이 최근 하락했다.

28일 발표된 최신 두 곳(BVA·오독사)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의 2차 투표 지지율이 59%로 60% 선 아래로 떨어졌다. 1차 투표 직전 조사들에서 지지율이 최고 65% 가까이 나온 것에 비하면 무시하기 힘든 하락세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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