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부재 삼성 3년, 그동안 어떤 일들이
이재용 구속ㆍ미전실 해체ㆍ홍라희 리움관장 사임
삼성전자 호황, 시총 300조원 기업으로…내부선 신성장동력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오는 11일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만 3년이 된다. 삼성은 그동안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 우울한 총수 일가…이재용 구속·홍라희 사임
무엇보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처지가 너무나 달라졌다.
1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작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의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잠시, 작년 말부터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출국 금지됐고 검찰과 국회, 박영수 특검팀 등에 불려 다녔다. 결국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혐의 적용 시 핵심고리인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 삼성전자는 그 유력한 방안인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지난달 27일 백지화 선언했다.
이 회장의 부인이자 이 부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은 지난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전 관장은 아들의 구속 이후 참담한 심정을 전하며 퇴진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중심으로 리더십이 재편될 것이라고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에서는 '내부 사정을 모르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한다.
와병 중인 이 회장 본인의 성매매 의혹까지 불거졌다.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작년 7월 이 회장이 과거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이 회장을 상대로 한 유사성행위가 실제 있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 그룹 콘트롤타워 해체…계열사 자율경영으로
이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삼성그룹도 큰 변화를 겪었다.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이 기소된 2월 28일 전격 해체됐다.
총수 직속 조직인 미전실은 '관리의 삼성'을 만든 주축이었다.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을 거쳐 명맥을 유지해왔다. 외부에서는 대외로비와 총수 일가의 승계지원 창구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총수 일가를 보좌해왔던 최지성 전 미전실장(부회장)을 비롯해 장충기 전 차장(사장)과 팀장들도 미전실 해체와 함께 물러났다.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왔던 삼성은 이제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의 길을 걷고 있다.
매주 수요일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전문가 강연을 듣고 주요 현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던 '사장단 회의'가 없어졌고, 그룹 차원의 공채도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그룹 이름으로 유지되던 홈페이지와 블로그도 문을 닫았다.
당장은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그러나 금융 계열사 임원들은 출근시각을 조정하고 계열사 부품 공급체제에 경쟁을 강화하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에 승승장구
착잡한 총수·그룹 사정과 달리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사업 면에서만 보면 요즘 전성기다.
특히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 말 갤럭시노트7 발화 위기를 딛고, 지난달 말 출시한 갤럭시S8은 초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몸집도 커졌다. 화려한 실적과 강력한 주주환원정책 등에 힘입어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시가총액 300조원 고지를 넘었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작년에만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등을 사들였다.
9조원 이상(80억달러)을 투입해 세계 최대의 전장기업 '하만'(HARMAN)을 품에 안았다. 이 부회장은 직접 미국에 건너가 협상을 마무리 짓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부에서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당장 실적은 좋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데 총수의 부재가 걸림돌이라는 이유에서다.
변화가 빠른 IT산업 특성상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데,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 각종 의사결정에 전문경영인만으로는 권한과 책임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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