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완봉' 고영표 "나는 선발투수라고 확신했다"

입력 2017-04-30 13:52
'생애 첫 완봉' 고영표 "나는 선발투수라고 확신했다"

"내 장점 살리자" 이미지 트레이닝의 성과



(수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kt wiz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26)가 생애 첫 완봉승을 달성하고 선발투수 자신감과 자부심을 더욱 끌어 올렸다.

30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고영표는 "선발투수 자리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고영표는 전날 이곳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 9이닝 6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6-0 완봉승을 거뒀다.

"대학교(동국대) 때도 9⅓이닝까지만 던져봤다"는 고영표의 생애 첫 완투, 그것도 완봉 기록이다.

올 시즌 선발투수로 전환한 지 5경기 만에 이룬 성과다.

고영표는 지난해까지 kt의 불펜으로 뛰었다. 하지만 감독 교체로 변화를 맞는 팀 상황을 보고 선발투수를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해 5선발 자리를 꿰찼다.

고영표 자신에게는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다. 그는 이전부터 자신이 불펜보다는 선발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다.

고영표는 "제 공은 중간으로 1이닝씩 막기보다는 길게 던질 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선발투수를 하고 싶었고, 선발이 더 맞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데뷔 첫 선발 등판했던 지난 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곧바로 첫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이후 3경기 연속으로 패전하며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고영표는 "내가 1승을 하고 나태해졌구나"라고 반성하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동영상 분석과 이미지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자신의 투구 영상은 물론,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인 임창용(KIA 타이거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의 좋은 투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는 "나의 장점을 살리는 투구"를 상상했다.

고영표는 직구가 최대 시속 140㎞ 정도로 빠르지는 않지만, 체인지업과 커브에 강점이 있다.

변화구 위주 투구를 해서 그런지 제구력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은 고영표에게 "너무 제구력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니냐. 리듬이 끊어지는 게 아쉽다. 제구보다 공에 힘을 싣는 데 집중해 보라"고 조언했다.

고영표는 이 말에 공감했다. 그는 "너무 제구에 신경 쓰니 구속과 구위를 포기했다. 또 타자가 못 치는 공을 던지려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전날 경기에서 포수 이해창의 사인에 과감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원하는 공 배합을 직접 포수에게 전달했다.

고영표는 "어제 공 배합 중 60%는 포수, 40% 정도는 제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 이해창이 고영표에게 "네가 원하는 공을 적극적으로 말하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경기 초반 직구를 위주로 던지며 자신의 무기인 변화구를 아끼는 전략을 펼쳤다.

위기도 있었다. 9회초 무사 1, 2루에 몰렸지만,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결정구는 모두 아껴뒀던 '주 무기' 체인지업이었다.

고영표는 "역시 완봉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며 "주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급하지 않게 밸런스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고 9회초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얼떨떨하다. 3연패 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완봉을 하고 마무리투수처럼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상상 속의 일인 줄 알았는데 며칠 만에 해서 신기하다"며 웃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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