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23세 대형 지구본, 우리 한지로 복원 완료
伊 전문가 "장력 뛰어난 한지 덕에 곡선면 주름 등 문제점 해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제261대 교황으로 재위 중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해 가톨릭 교회의 대변혁을 이끈 교황 요한 23세의 대형 지구본이 우리의 전통 한지를 이용해 원형을 되찾았다.
주밀라노 총영사관(총영사 장재복)은 지난 28일 저녁(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르가모 인근의 소도시인 '소토 일 몬테 지오반니 벤티트레' 시청에서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복원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1960년 6월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구본은 1958년 10월부터 1963년 6월까지 재위한 교황 요한 23세의 주문으로 제작된 것으로 교황 23세의 순례지를 포함해 당시 세계 가톨릭 교구가 표기돼 가톨릭 역사에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지구본은 처음 제작된 지 50여 년이 지나면서 일광과 난방열 등의 영향으로 표면이 심하게 훼손됐으나 평면적 유물과는 달리 원형으로 돼 있어 복원에 어려움을 겪던 중 장력이 우수하고 곡선면에서도 주름이 잡히지 않는 한지를 활용해 최근 옛 모습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약 1년에 걸쳐 복원 작업을 이끈 이탈리아 지류(紙類) 복원가 넬라 포지 씨는 "교황 23세의 지구본은 제작된 지 반 세기가 지난데다 처음 제작할 당시 내구성 유지를 위해 가미된 니스칠 때문에 손상 정도가 심한 상태였으나 구형이라는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어 복원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재질의 지류를 시험적으로 붙여봤지만 곡선면에서 주름이 잡히는 등 문제가 발생했으나, 한지는 장력이 뛰어나 곡면에서도 완벽한 배접이 가능해 이런 문제점을 깨끗이 해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포지 씨 등 이탈리아 복원 전문가 4명은 헤진 지구본을 지지하는 용도로 한지를 두 겹으로 덧댄 뒤 그 위에 원래 지구본의 지도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복원 작업을 측면 지원한 주밀라노 총영사관의 장재복 총영사는 "교황 요한 23세의 애장품이던 지구본이 한국의 대표적 문화 유산인 한지를 매개로 복원돼 기쁘다"며 "문화 유산을 활용한 양국 협력으로 한국과 이탈리아 관계가 더 친밀하고 돈독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밀라노 총영사관은 일본의 화지가 독점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탈리아와 유럽의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한지를 알리기 위해 2014년부터 현지 문화재 복원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지 세미나, 한지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한지 소개를 위한 공공외교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교황 요한 23세의 고향인 '소토 일 몬테 지오반니 벤티트레'에 자리한 교황 요한 23세 박물관은 한지로 원형을 되찾은 지구본을 곧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교황 요한 23세의 지구본 복원 작업에는 경남 의령군에 있는 신현세 전통한지공방에서 제작한 전통 한지가 사용됐다.
신현세 장인의 한지는 작년에 복원된 800년 전 가톨릭의 성인인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이탈리아의 귀중한 유물 '카르툴라'(Chartula) 등의 복원 작업에도 쓰인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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