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마케도니아 혼란 우려…민주적 절차 준수해야"
러시아는 "서방의 과도한 개입 때문에 정국 불안" 비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야당의 일방적인 의회 의장 선출 투표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의회를 점거, 의원들을 폭행해 약 100명이 다치는 폭력 사태가 발생한 마케도니아의 정국 혼란에 국제 사회가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마케도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28일 성명을 내고 "가장 강력한 용어로 폭력을 비난한다"며 "이런 행위는 민주주의와 부합하지 않으며,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시위대의 공격에 충격을 받았다. 모든 정당들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번 사건을 "심각한 위기"로 규정하며 "폭력은 용인될 수 없고, 특히 의회에서 발생한 폭력은 더욱 그러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는 마케도니아의 정국 혼란이 EU와 미국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마케도니아 내정에 대한 서방의 과도한 간섭이 정국 혼란의 주된 원인"이라며 "이번 의회 의장 선출은 정해진 절차를 어기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이 51석, 사회민주당(SDSM)이 49석을 획득해 초박빙을 이룬 작년 12월 총선 이후 연정 구성이 불발, 무정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마케도니아에서는 지난 27일 시위대가 의회로 난입해 의원들을 폭행하고,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조란 자에브 SDSM 대표가 얼굴에서 피를 흘리는 광경이 목격되는 등 마케도니아 의회는 순식 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VMRO-DPMNE를 지지하는 시위대는 알바니아계 소수 정당과 연합해 정부를 구성하려는 SDSM이 독자적으로 의회 의장을 뽑자 이에 반발해 의회로 몰려가 폭력을 행사했다.
앞서 자에브 SDSM 대표는 지난달 알바니아어를 마케도니아의 제2 공용어로 지정하는 조건으로 알바니아계 정당들과 함께 전체 120석의 과반인 67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연정을 구성해 조르게 이바노프 대통령의 재가를 요청했으나, 이바노프 대통령은 알바니아어의 제2 공용어 지정은 마케도니아의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를 불허했다.
이런 가운데 EU 등 서방은 SDSM이 주도하는 연정 구성은 민주적 절차를 따른 것이라며 연정 승인을 압박해왔다.
한편,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는 야당 의원들을 겨냥한 이번 폭력 사태를 비난하면서도 야당이 공격의 직접적인 빌미를 줬다고 주장했다.
정국 타개책으로 총선을 다시 치를 것을 주장하고 있는 그는 "국회의원들을 공격하고, 다치게 한 폭력 시위대를 규탄한다"면서도 "알바니아 정치인을 새로운 의회 의장으로 독단적으로 선출함으로써 마케도니아의 법과 헌법을 의식적으로 어긴 SDSM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케도니아에서는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가 야당 지도자와 언론인을 비롯한 수천 명의 통화를 수년 간 도청했다는 의혹 속에 2015년 2월 사퇴한 이후 여야의 공방이 격화하며 2년 가까이 정국 혼란이 지속됐고, 작년 1월 그루에브스키 총리가 사임한 뒤 EU 중재로 2018년 예정됐던 총선을 작년 12월 앞당겨 실시했다.
알바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마케도니아는 전체 인구의 200만명 가운데 약 25%가 알바니아계 주민으로 구성됐으며, 2001년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폭동으로 내전 직전까지 치닫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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