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땜질' 국보 지광국사탑, 잃었던 퍼즐 60년만에 찾았다

입력 2017-04-30 10:00
'시멘트 땜질' 국보 지광국사탑, 잃었던 퍼즐 60년만에 찾았다

경복궁 고궁박물관 앞에 있던 지광국사탑 안에서 석재조각들 발견

작년 해체 후 보존처리 1년…시멘트 제거작업이 관건

(대전=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앞에 서 있던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 제101호)을 작년 3월 해체할 때 사리공(舍利孔, 사리를 넣는 구멍)에서 석재 10여 점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석재들은 60년 전 시멘트로 탑을 보수할 때 넣어둔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복원 작업 때 제자리를 찾는다면, 1천여년 세월을 간직한 아름다운 고려불탑 지광국사탑을 온전하게 복원하는데 필요한 핵심 퍼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이태종 학예연구사는 "작년 해체 과정에서 가로, 세로 20㎝ 안팎의 석재들을 사리공에서 찾았다"며 "이들 석재는 지광국사탑의 상단부를 시멘트로 복원했던 1957년에 제자리를 확인하지 못해 넣어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30일 설명했다.

탑의 몸체에 해당하는 탑신석에 있는 사리공은 가로 45.8㎝, 세로 43.1㎝, 깊이 20㎝크기로, 이 안에서 석재들이 차곡차곡 쌓인 상태로 발견됐다.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 승려에게 내려지는 최고 법계인 '국사'(國師)를 받은 지광국사 해린(984∼1067)의 사리를 모신 승탑이다. 원래는 국보 제59호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와 함께 강원도 원주 법천사 터에 있었다.

일제 한국의 국권을 빼앗은 이듬해인 1911년 일본인에 의해 해체돼 서울로 옮겨졌다가 1912년 여름 일본으로 반출됐고, 그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1915년 경복궁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불행한 운명은 계속됐다. 한국전쟁 때는 포탄을 맞아 옥개석(屋蓋石·덮개돌) 위쪽이 파손됐고, 1957년 시멘트를 사용해 급하게 복원됐다.

이 연구사는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갈 때 지광국사탑의 이전도 논의됐으나, 손상이 우려돼 경복궁에 남았다"며 "10번이나 해체·조립돼 원형을 알기 어렵고 석재가 약해진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존처리 중인 지광국사탑은 석재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다. 석탑의 위쪽부터 상륜부, 옥개석, 탑신석, 상층기단 갑석(甲石·돌 위에 포개어 얹는 넓적한 돌), 상층기단 면석, 하층기단 갑석, 하층기단 면석이 순서대로 놓였다.

이번 보존처리의 최대 관건은 60년 전 복원할 때 사용한 시멘트 제거다. 시멘트 땜질 처방을 했던 옥개석은 한눈에 봐도 원래 부재와 시멘트의 색상이 확연하게 구분됐다. 현재 시멘트 함유 비율은 옥개석이 24%, 상륜부가 30%다.

이 연구사는 "시멘트를 어떻게, 어디까지 떼어내느냐가 올해 작업의 과제"라며 "옥개석 바로 아래에 있었던 탑신석은 옥개석의 시멘트로 인해 풍화가 빨리 진행돼 탈염을 포함해 시급히 보존처리를 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제거 이후 부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도 험로가 예상된다. 옥개석의 재질은 입자가 고운 흑운모 화강암이지만, 이런 돌은 원주 법천사지 인근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이 연구사는 "법천사지에서 약 30㎞ 떨어진 여주 고달사지 부도의 석재가 지광국사탑 옥개석 돌과 비슷하다"며 "부도에는 고려시대 임금이 하사한 황해도 해주의 돌이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광국사탑의 석재에 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옥개석 사방에 있는 불상의 위치가 맞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어서 미술사학 전공자들과의 협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사리공에서 발견된 석재들의 자리를 추정해 끼워 넣는 작업도 해야 한다.

이로 인해 지광국사탑 보존처리 완료 시점은 원래 예정돼 있던 2019년보다 조금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연구사는 "지광국사탑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옥개석 아래쪽에도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다"며 "화강암으로 이렇게 정교하게 공들여 깎은 석탑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한 사례가 없어서 작업이 쉽지 않지만, 차근차근 보존처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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