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지지가 필요한데"…'沈바람' 신경 쓰는 문재인
'진보 성향 지지층 빠질라'…'김칫국'·실수 금지령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좀처럼 마음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선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변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세 현장에서는 연일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대선 승리부터 확실히 챙기고 봐야 한다는 위기감을 내비치고 있다.
문 후보 선대위를 긴장하게 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의 선전이다.
심 후보는 대선후보 TV 토론 등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두 자릿수 득표율도 자신하는 분위기다.
지난 27일에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양자대결을 만드는 게 저의 목표"라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심 후보의 약진은 문 후보에게는 어느 정도 부담스러운 요소임이 분명하다.
진보 성향 유권자의 표를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그만큼 문 후보의 '파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의 차이를 벌려가는 것도 그리 달가운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문 후보의 안정적 승리를 암시하는 지표가 나온다면 심 후보를 지지하고도 당선 가능성을 보고 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다시 심 후보 쪽으로 '유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세론을 상징했던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정서가 선거 막바지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캠프 일각에서 나오던 '지지율 매직넘버 45%'나 '과반의 승리' 같은 구호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그에 맞춰 메시지와 전략 등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병헌 전략본부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심 후보의 선전도 그렇고 보수세력의 정권연장 의지가 집요하고 만만치 않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한 표라도 긁어모아야 할 때"라며 "45%니, 과반이니 하는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속단이나 낙관을 최대한 막아서 심 후보 쪽으로 이탈하는 표를 최대한 막고 우리의 지지세를 확실히 결집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어대문'을 전제로 한 어떤 전략도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의 선전이 여론조사 상의 지표로 나타나기 전에도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그러나 일부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선대위는 다시 한 번 기강을 다잡았다.
전략본부는 지역위원회 등 하부 당 조직에 자만 금지·정권교체가 다 된 것처럼 하는 '김칫국' 언행 금지·실수 금지 등 3대 금기 사항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문 후보 측은 선거일까지 남은 9일 동안 지지층 이탈을 막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유세에 나서는 문 후보가 직접 선거일까지 방심을 경계하고 막판까지 지지세를 결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후보 측은 사전투표부터 단단히 표를 단속해야 한다는 태도다.
역대 선거에서 치러진 사전투표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해야 정권교체를 바라는 진보 성향 지지자의 표심에 불을 댕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투표가 치러지는 다음 달 4일과 5일을 앞두고는 문 후보가 직접 유세 등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한편, 선대위도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사전투표 참여를 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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