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갈등 2라운드…상표권 사용 vs 대출만기 연장

입력 2017-04-30 07:01
금호타이어 매각 갈등 2라운드…상표권 사용 vs 대출만기 연장

박삼구 회장 상표권 불허, 더블스타 인수무산 노린 포석

채권단, 대출만기 연장 카드로 박 회장 압박 전망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금호타이어[073240] 매각을 둘러싼 산업은행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간 갈등이 2라운드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우선매수권 행사 포기로 첫 대결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던 박 회장은 상표권 사용 불허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 만기 연장이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 박삼구 회장 '상표권 사용 불허'로 반격…'배임' 걸림돌 넘어야

30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지분 구조상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산업[002990]을 박 회장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어 상표권 사용 여부 또한 박 회장이 결정지을 수 있다.

상표권 사용 불허 선언은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무산시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채권단과 더블스타 간 매도 계약을 종결하기 위한 선결 요건 중 하나가 상표권 사용이기 때문이다.

선결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블스타든 채권단이든 아무런 패널티 없이 매매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란 브랜드 가치를 보고 1조원에 가까운 거액을 써낸 더블스타로서는 상표권을 사용할 수 없다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동기가 약해진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가 채권단에게 '퇴짜'를 맡은 박 회장이 복수한 셈이다

박 회장이 "이번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며 차기를 노리는 듯한 언급을 했을 때부터 박 회장의 반격이 예상됐다.

박 회장은 지난 18일 우선매수권 행사 포기 선언 이전에 이미 상표권 사용 불허를 염두에 둔 조처를 취했다.

앞서 금호산업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금호타이어와의 상표권 사용계약을 내년 4월 30일까지 연장하면서 "계약 기간에 해지 또는 변경 등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뒀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 불허 방침을 천명했지만 실제 불허로 이어지기까지는 작지 않은 난관이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배임 문제다.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로 매출액의 0.2%에 해당하는 60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금호산업 영업이익(413억원)의 14.5%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사용료를 박 회장 자의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 산업은행 '채권 만기 연장' 카드로 되치기?

배임 문제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의 재반격도 예상된다. 채권 만기 연장이라는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한 채권 1조3천억원을 6월 말로 연장한 상황이다. 다른 만기의 채권까지 포함하면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2조2천억원에 달한다.

금호타이어는 6월 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1조3천억원을 한 번에 다 갚을 능력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금호타이어의 현금성자산은 1천640억원이다.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재고자산을 더한 유동자산이 1조5천58억원이지만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을 현금화하려면 할인할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의 부채비율은 2014년 말 262.34%, 2015년 말 314.02%, 지난해 말 321.85% 등으로 재무구조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영업실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천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더블스타로 매각이 무산돼 '주인 찾기'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대해 순순히 채권 만기를 연장해 줄 이유는 많지 않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행을 택할 수 있고, 만기를 9월 말 등으로 일시적으로 연장하고서 박 회장과 상표권 사용 협상에 채권 만기 연장을 지렛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계약상 채권단과 더블스타 간 매각협상이 9월 23일까지 종료되지 않으면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이 다시 생겨난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그렇게 나오는데 채권단이 의무적으로 만기 연장을 해줘야 하나"라며 "금호타이어가 올해도 영업실적이 안 좋아 자체 영업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 만기 연장 역시 매도 선결요건 중 하나다. 더블스타는 채권 만기를 5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채권단이 채권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판단자료는 더블스타의 상환계획과 상환능력이다. 하지만 상표권 사용 협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채권 만기 연장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더블스타의 상환계획을 받아보고 주주협의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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