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수문장' 달튼, 그가 있었기에 기적이 완성됐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 맷 달튼(31·안양 한라)은 하마터면 '역적'이 될 뻔했다.
한국은 29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 최종 5차전에서 우크라이나를 슛아웃 끝에 2-1로 이겼다.
최종전 승리로 3승 1연장승 1패(승점 11점)를 기록한 한국은 카자흐스탄(승점 11점)을 승자승으로 따돌리고 준우승을 차지하며 톱디비전 진출의 쾌거를 일궈냈다.
승리가 절실했던 한국과 안방에서 전패를 면하려는 우크라이나는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한국은 2피리어드 4분 59초에 나온 안진휘의 선제골로 승기를 잡은 듯 보였으나 11분 24초에 동점골을 내줬다.
달튼의 실수가 원인이었다. 달튼은 골문 뒤쪽에서 퍽을 빨리 걷어내지 않고 주춤거리다 세르지 바비네츠에게 빼앗겼고, 결국 아쉬운 실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달튼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은 3피리어드에서 신상우와 마이클 스위프트의 마이너 페널티로 잇따라 숏핸디드 위기를 맞았으나 달튼의 선방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정규 3피리어드에 이어 5분간의 연장 승부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축구로 치면 승부차기에 해당하는 슛아웃으로 접어들었다.
달튼의 진가가 빛난 시간이었다.
달튼은 우크라이나의 첫 번째, 두 번째 슈터인 니키타 부첸코, 비탈리 리얄카의 샷을 모두 막아냈다.
달튼의 철벽 방어 속에 한국은 스위프트에 이어 신상훈의 페널티샷 성공에 힘입어 '키예프의 기적'을 완성했다.
달튼은 폴란드전에서 유효 슈팅 38개 중 36개, 카자흐스탄전에서는 유효 슈팅 32개 중 30개를 막았다.
헝가리전에서도 한국은 유효 슈팅 22개를 막아낸 달튼 덕분에 3-1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비록 한국이 0-5로 패한 오스트리아전에서 4골을 내준 뒤 교체되고 우크라이나전에서 동점의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달튼이 없었다면 톱디비전 진출의 기적도 없었을 것이다.
아이스하키에선 골리가 팀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야구에서 특급 에이스를 떠올리면 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6개국 중 세계 랭킹이 23위로 가장 낮았던 한국이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졌던 강팀들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달튼의 연이은 '선방쇼' 덕분이었다.
캐나다 출신인 달튼은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리그(KHL)에서 활약하다가 2014년 국내 실업팀인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에 입단했다.
지난해 3월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다. 소속팀 한라는 '한국의 골문을 막는 철옹성이 돼 달라'는 뜻으로 달튼에게 '한라성'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달튼은 이번 대회에서 5경기에서 세이브성공률(SVP) 92.48%로 전체 골리 중 4위를 기록했다. 경기평균실점(GAA) 2.23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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