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100일 反멕시코 공약 '가시밭길'…멕, 자신감 회복

입력 2017-04-29 09:00
트럼프 취임100일 反멕시코 공약 '가시밭길'…멕, 자신감 회복

국경장벽 예산 좌초·나프타 탈퇴 대신 재협상…멕, 시장 다변화로 대응

2분기 들어 페소 환율 안정세…"멕시코는 앞으로도 유력한 기회의 시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트럼프 당선으로 페소화 환율 상승이 우려된다. 주요 담당 품목인 자동차, 자동차 부품, 기계 부문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통한 관세 부과가 우려된다" A사(무역).

"멕시코 내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나프타를 활용해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35% 관세가 부과되면 멕시코도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 매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B사(자동차)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멕시코와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우려로 술렁였다.

멕시코 경제도 출렁거렸다. 멕시코 페소화 환율은 트럼프 당선 이후 단 5시간 만에 달러당 18.30페소에서 20.71페소까지 급등하고 주가 역시 5% 가까이 하락했다.

포드, 캐리어 등 트럼프 당선인의 '협박'을 의식한 다국적기업들의 멕시코 투자철회도 잇따랐다.



◇ 곳곳서 '암초' 만난 트럼프 반(反) 멕시코 정책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100일이 지난 지금, 그가 내놓았던 극단적인 반(反) 멕시코 공약들이 하나둘씩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35% 국경세 부과 방침에 대해 멕시코 경제부 장관과 브리기테 치프리스 독일 경제부 장관 등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도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 당인 공화당은 국경 조정세(BAT) 부과 문제를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지난 27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혁 안에 국경 조정세는 포함되지 않았다.



멕시코인들의 공분을 샀던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 공약 역시 순탄치만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임시 예산안에 장벽 건설비용 14억 달러(1조5천876억 원)를 포함할 예정이었으나, 제출 시한인 28일까지 의회 통과가 쉽지 않자 예산안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보수 매체 기자들과 한 만찬에서 연방정부의 업무 중단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프타는 국내 일자리에 재앙"이라며 탈퇴 또는 재협상 방침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까지만 해도 NAFTA 탈퇴 입장을 내비치면서 강경 모드를 유지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26일 돌연 나프타 탈퇴 대신 재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내용의 대통령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재협상을 통해 더 나은 협정 타결을 시도한 뒤 불발될 경우 폐기 수순을 밟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멕시코 정부는 '나프타 조항의 현대화'를 협상 목표로 제시하고 협상 중 피해가 발생하면 탈퇴하거나 보복관세 부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멕시코 정부는 교역 대상국을 다변화하고 내수경제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혹시 모를 미국과의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실은 지난 1월 미국 경제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지역과의 교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 주요 3개국인 중국, 일본, 한국과의 교역을 강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기존 가입국과 개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 미국에서 수입하던 농산물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로 대체할 방침이다.

베아트리스 세이세가 전 멕시코 경제부 통상차관은 "나프타가 북미지역을 긴밀하게 통합적으로 엮어 놓았고, 미국도 멕시코를 통해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멕시코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NAFTA 협정에 극단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위기는 곧 기회'…"앞으로도 멕시코는 유력한 기회의 시장"

트럼프 리스크는 멕시코 페소 환율 추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트럼프 당선 직후 달러당 21페소 선까지 급등했던 페소 환율은 최근 18∼19페소 선을 오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불확실성이 시장에 이미 반영된 만큼 새로운 돌발 악재가 나오지 않는 한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장은 여전히 페소화 가치가 적정 수준보다 10% 낮다고 보고 있다. 달러당 적정 환율은 17페소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업들을 윽박지르거나 달래고 있는데도 일부 다국적기업들이 외면한 채 멕시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 유세 기간에 트럼프로부터 포화를 맞았던 포드 자동차는 멕시코 공장 신설 계획을 포기하고 미국에 700명분의 새 일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소형차인 포커스의 생산을 멕시코의 공장으로 이관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발표했다.

제너럴 모터스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받았지만, 멕시코에서 자동차 생산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월마트도 작년 12월 멕시코에 13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BMW는 멕시코 공장에서의 양산 계획을 유지할 예정이다. 시티바나멕스는 멕시코에 약 10억 달러의 투자를 지속할 방침을 가지고 있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나프타의 무관세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자동차는 최근 미국의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대체시장 검토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M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대미 수출 비중을 줄이는 한편 시장 다변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전업체인 S사는 현재까지 큰 물량 변동이 없지만, 국경세 등 멕시코산 제품에 실질적으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멕시코 내수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양국보 코트라(KOTRA) 중남미지역본부장은 "미 행정부 실무진들은 새 정부 출범 후 100일간 일관되게 온화한 입장을 내걸고 있고, 이런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나프타를 활용한 현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멕시코 정부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역 파트너를 아시아와 중남미로 확장하고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등 경제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며 "1억이 넘는 인구, 중국보다 나은 임금경쟁력, 46개의 FTA를 체결한 멕시코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유력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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