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의 '북미양자대화' 발언 주목…김정은의 선택은
'체제전복 시도 안 한다' 선언하며 비핵화 대화 복귀 요구
北 핵실험·미사일 발사로 맞설지 여부 정세에 최대변수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의미 있는 카드를 펼쳐 보였다.
김정은 정권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양자대화를 할 수 있으며, 체제전복을 시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 외교의 실무 사령탑인 틸러슨 장관은 27일(현지시간)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미대화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의장을 맡아온 북핵 6자회담이라는 틀이 있긴 하지만, 북한과 직접 대화를 거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집권 2기 중반까지 직접대화를 꺼렸던 이전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9년 집권)의 대북 접근법과는 다를 것임을 시사한 격이었다.
후보 시절 김정은과 '햄버거 담판'을 벌일 용의가 있음을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 관련 질문에 "나는 절대 '노(No)'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도 매우 늦었다(very late)"고 말한 바 있다. 틸러슨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돌이켜 보면 '노'라고 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복선'이었던 셈이다.
다만, 틸러슨은 "북한은 올바른 의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올바른 의제라는 것은 단순히 (핵 개발을) 몇 달이나 몇 년간 멈췄다가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의제는 그래왔다"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북미 양자대화의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핵실험·미사일 발사 유예, 핵물질 생산 중단 등 이른바 '북핵 동결'에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식의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기도 했다.
더불어 틸러슨이 "북한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이유는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체제 붕괴나 빠른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은 김정은 정권의 인위적 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자, 결국 김정은 정권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또한 북한이 미국에 대해 주장하는 자신들의 '안보 우려'를 틸러슨이 인용 형식으로나마 언급한 것은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중국의 논리에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비록 틸러슨이 평화협정 협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비핵화 협상과 북한의 '대미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병행하는 데 대해 열린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물론 현재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인 '최대한도의 압박과 관여'는 북한을 비핵화 회담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또 이미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일은 지난한 과정일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틸러슨이 양자대화, 김정은 체제 전복 불시도 등을 밝힌 것은 지난 6∼7일 미중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대북 제재·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화 재개를 위한 북한, 중국과의 접점 찾기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 카드를 일단 미룬 채 북한에 고강도 제재·압박 감내와 비핵화 대화로의 복귀 중 택일할 것을 요구하는 형국 아래 앞으로 외교가의 관심은 김정은의 판단으로 쏠릴 전망이다.
북한이 군사 옵션을 일단 옆으로 치워둔 듯한 미국의 태도를 '약한 모습'으로 간주한 채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초강경 도발로 반응할 경우 미국의 군사행동 카드가 새롭게 테이블에 올라오면서 한반도 정세는 얼어붙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반대로 북한이 당분간 도발을 자제할 경우 북미간 1.5트랙(미국 민간 전문가와 북한 당국자들 간의 대화) 대화 등을 시작으로 한 북미간 탐색적 대화가 연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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