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임기단축 개헌카드'로 김종인 견인하고 역전 노린다
'임기단축 개헌' 문재인 '1강 제체' 뒤흔들 '최후의 반전 카드'
김종인 "안 후보와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만 믿음 가지면 된다"
박지원 "집권해도 아무 것도 못하고 끝날 수 있다"…임기단축 반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품에 안고 '임기단축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안 후보는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개혁공동정부에서는 국회와 협력해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는 권력구조가 합의되면 거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개헌에 임기 단축이 포함되는가"라고 묻자 "국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대로 모두 수용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임기 단축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개헌 논의 과정에서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기로 여론이 모인다면 이에 따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후보 선대위의 김성식 전략본부장은 통화에서 "어떤 헌법으로 국회가 합의하느냐에 따라 '열어놓을 수 있다. 임기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다만, 무조건 3년으로 줄여서 절충을 해보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을 그렇게 만들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원칙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기단축 개헌론'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 전 대표다. 그는 조기대선 국면 들어 줄곧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고 2020년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러 의원내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김 전 대표를 받아들인 것 자체가 '임기단축 개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전날 밤 안 후보와 김 전 대표는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만나 임기 단축 개헌안에 어느 정도 교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대표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안 후보와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만 믿음을 가지면 된다"며 "어제 약속한 것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반문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3년 임기단축 개헌'은 '문재인 1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대선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최후의 반전 카드'로 꼽힌다.
문재인 독주체제가 굳어지고 홍준표 후보가 일정 정도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 채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경우 안 후보가 역전승을 거두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5일 후면 '깜깜이 대선' 정국으로 접어든다. 선거법상 다음 달 3일부터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가 금지된다. 여론조사 공포 금지일 이후부터는 안 후보가 전세를 역전하더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시간이 부족한 안 후보 입장에서는 판세를 뒤집을 만한 역전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3년 임기단축 개헌'은 보수층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을 수 있는 강력한 카드로 꼽힌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확실히 임기단축 개헌 카드는 보수층을 노린 강력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반문(반문재인)정서가 강한 보수층은 홍준표 후보의 당선이 불가능하다면 문재인의 5년보다 안철수의 3년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3년만 지나면 제대로 된 보수 후보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임기단축 개헌'에 대한 국민의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개헌을 전제로 한 3년 임기로는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도 못하고 정권이 끝나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지원 중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년 임기 단축해 총선 때 7공화국을 출범시키겠다는 김 전 대표의 의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당내 의견 수렴이 안 됐고 저부터도 반대한다. 후보께 이건 안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대선 끝나면 조각하고, 지방선거 들어가고, 개헌 들어가면 1년이 가는데 또 곧바로 대선국면으로 접어든다"며 "민생·경제문제, 외교 문제, 남북관계를 손도 못 대고 정권이 끝나버릴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임기단축 개헌 카드 자체가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자칫하면 당선만을 노린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비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한번 던져볼 만한 카드로 분위기를 바꿀 가능성도 있지만, 전세를 뒤집을 터닝포인트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너무 늦게 승부를 건 것 같다"며 "한창 잘 나갈 때 던졌어야 유권자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텐데, 하락세로 접어든 다음 이 카드를 꺼내는 것은 표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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