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를 마음대로 드나든다?…"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영화 '프리즌'·드라마 '피고인' 흥행…"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장면 많아"
법무부 교정본부, 콘텐츠 종사자 강의도…검찰·법원 협조로 '명작'도 배출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교도관의 허리춤에 채워진 열쇠 꾸러미, 수용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는 감시탑.
교도소나 구치소를 떠올릴 때 일반 대중의 머릿속에 대체로 연상되는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실제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 묘사된 장면과는 크게 다르다는 게 법무부 교정본부(김학성 본부장)의 설명이다.
최근 교도소를 소재로 해 인기를 끈 영화 '프리즌'과 SBS TV 드라마 '피고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3일 개봉해 관객 300만명을 모은 영화 프리즌은 교도소를 제집처럼 좌지우지하는 '실세' 죄수가 밤이면 밖으로 나가 완전범죄를 저지른다는 '믿기 힘든' 설정을 하고 있다.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설정임을 고려하더라도 프리즌에서 묘사된 교도소 모습은 일반 관객이 보기에도 현실과는 차이가 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사형수가 된 검사의 복수극을 담은 드라마 피고인은 극적인 장면이 많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현재 교도소의 모습을 충실히 묘사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교정시설의 실정을 아는 사람들이 보기엔 피고인 역시 오류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자체 블로그에 드라마의 상황을 조목조목 짚어 설명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가 수용시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정본부는 드라마의 탈옥 장면을 다룬 편에서 ▲ 교도소 열쇠를 구해 ▲ 밤마다 몰래 창살을 절단하고 ▲ 폐쇄회로(CC)TV를 피해 밖으로 나간 뒤 ▲ 감시탑을 통해 탈옥에 성공하는 4개 장면을 모두 "절대로 불가능한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모든 교도소나 구치소는 전자경비시스템으로 바뀌어 전자출입키를 사용한다고 한다. 커다란 원형 열쇠고리에 열쇠가 주렁주렁 매달린 열쇠 꾸러미를 실제 교도소에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거실 내부의 쇠창살은 매일 오전 교도관이 '쇠창살 점검'을 한다고 한다. 거실 밖을 나가더라도 움직임을 감시하는 CCTV에는 '사각지대'가 없다.
감시탑 근무 교도관의 도움으로 담장을 넘는다는 장면도 허구적인 설정이다. 현재 전국 교정시설은 전자경비시스템으로 바뀌어 감시탑에 아무도 근무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작감지 카메라가 있어 감시탑에 접근조차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교정본부는 영화나 드라마에 현실과 다른 장면이 나가지 않도록 교정시설의 실제 모습과 규칙, 각종 제도 등에 관해 정보를 전달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정본부 담당자가 최근 콘텐츠 제작자들을 상대로 '교도소의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대검찰청이나 대법원도 드라마·시나리오 작가나 PD, 소설가·만화가 등을 초청해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고 시설을 안내하는 행사를 자주 열어오고 있다.
사실감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작품의 경우 제작·촬영 단계부터 자문하고 협조한 사례도 많다. 해당 작품들은 흥행·시청률 성공과 함께 큰 관심을 모았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경찰, 검찰의 얘기를 다룬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공공의 적' 시리즈가 유명하다. 이 영화는 현직 검사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법원의 경우 국선전담변호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년)를 방영할 당시 장소(부천지원) 제공과 제작 지원·자문에 나선 바 있다.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대법원은 제작진과 연기자를 초청해 만찬을 열기도 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29일 "전·현직 장관은 물론 국내 최대 재벌기업 총수에 이어 전직 대통령까지 줄줄이 구속수감된 현 상황에서 교도소나 구치소 생활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을 고려한 대응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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