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로벌 마케터]⑥ 태국 최랑 디자인M 대표(끝)
"태국서 인정받으면 동남아 어디서든 통하는 게 장점"
(고양=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동남아 국가들은 싱가포르 다음으로 태국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이곳에서 인정받으면 주변 국가 진출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게 장점입니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제품 포장 디자인 전문회사인 디자인M을 운영하는 최랑(34) 대표는 28일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태국을 동남아 거점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태국에서 인기 있는 일본의 외식업체가 라오스에 진출하면서 가격을 더 높게 책정했는데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나옵니다. 태국인이 즐겨 찾는 곳이라면 주변 국가에서는 자연스럽게 통한다는 것이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해외에서 창업하겠다는 목표로 2009년 태국으로 이주했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 여러 국가를 돌아보며 시장조사를 벌이고 내린 결론이 태국이었다고 한다. 디자인 분야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것을 보고 한국에서 디자이너를 채용해서 회사를 꾸렸다.
"경험은 없었지만 자신감 하나로 회사를 차리고 현지회사를 찾아다니며 홍보를 시작했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서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았고 운 좋게 거래를 트게 돼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최 대표는 아직은 내세울 만한 매출이 못 된다고 겸손해하면서 직원 17명에 단골 주문 기업이 180개라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키워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의 진출을 돕기 위해 시장을 조사하고 조언을 하는 '글로벌 마케터'로 나선 것도 회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태국 인력 시장은 "실업률이 1%로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제로'"라며 "일자리가 넘쳐나다 보니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통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급여의 77%를 소비하는 사회 분위기라서 구매력이 높은 나라"라고 덧붙였다.
"초봉이 월 50만 원이고 베테랑 직원도 150만 원을 넘지 않음에도 80∼90만 원 하는 최신형 휴대폰을 망설임 없이 구매합니다. 회사에서 사장인 제가 가장 오래된 휴대폰을 쓰고 있을 정도죠. 업무로 스트레스를 주면 이직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심지어 첫 출근 해서 오후에 퇴사하는 경우도 있었죠. 야근 수당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안 하는 문화라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는 동남아는 고온 다습할 거라고 여기지만 태국 사람들은 건성 피부가 많다며 그 이유로 "회사, 집, 관공서 어디든 에어컨을 틀어놓고 지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놓고 사무실에서 잠바를 입고 일합니다. 기름값이 저렴해서 전기를 아끼지 않고 쓰거든요. 여기서는 화장품도 건선용이 많이 팔리는 곳입니다."
외국 기업이 태국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혁신 아이템 또는 기술이전을 전제로 투자할 경우에는 100% 외국 자본을 허용하지만, 일반적으로는 49% 이상 지분을 가질 수 없으며 51%는 현지인이 소유해야 한다는 규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업하려면 현지인과 동업이 필수인데 현지인 지분을 여러 명으로 분산하고 서로 모르게 하는 등 안전대책을 세워두지 않으면 절반을 넘게 가지고 있는 현지인에게 회사를 뺏기는 경우도 생깁니다."
최 대표는 "동남아 국가 중에 초중고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장 많이 선택할 정도로 한류와 한국산에 대한 인기가 높은 곳"이라며 "기업이 진출하기에 좋은 환경이지만 각종 규제나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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