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우정과 실리 사이'…"대만 F-35 판매가 시험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밀월관계가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의 대만 판매 문제를 놓고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대만이 최근 트럼프 정부로부터 F-35기를 포함한 무기 구매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의 외교 해빙 무드에 또 다른 도전과제가 던져질 것이라고 대만 중국시보가 28일 보도했다.
대만은 이르면 오는 7월 미국에 구매를 희망하는 무기품목 목록을 제시할 전망이다. 여기엔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가 포함된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도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대만의 방위와 국방전략에 의미가 있는 어떤 품목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F-35 전투기는 바로 그런 품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만은 특히 수직이착륙 성능을 가진 미 해병대용 F-35B가 중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공군기지 활주로가 파괴될 경우 최소한의 방공 능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왕딩위(王定宇) 대만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 위원은 현재 대만이 보유한 F-16 전투기의 성능 개선 작업을 포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왕 위원은 "우리는 F-35를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F-16 개량을 기다리는 사이 F-16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금 신형 F-16을 구매한다면 10년 내 소용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익을 따져 F-35 판매에 나서면 한창 사이가 좋아지던 시 주석과 사이에서 얼굴을 붉히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는 중국을 가장 자극하는 사안의 하나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영토의 일부라고 보면서 무기 구매를 실질적인 독립 선언으로 간주, 무력침공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그동안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시 주석과 마라라고 회담을 하고 북핵 공조체제를 구축한 뒤로 미·중 관계의 해빙 기미는 뚜렷해지고 있다.
쑤하오(蘇浩) 중국 외교학원 외교학과 교수는 "F-35 판매는 문제가 많은 미국과 대만의 군사관계 발전을 상징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판매안을 승인하기보다는 이를 거래 카드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실제 무기를 판다면 정상관계로 나아가던 양국관계의 심각한 후퇴를 초래하고 특히 F-35 판매는 양국 정상 간에도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이를 결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의 반대에 막혀 대만은 그동안 원하는 대로 해외의 첨단 무기 장비를 구매할 수가 없었다. 1992년 이후 미국이 대만에 대한 전투기 판매를 거부했기 때문에 대만은 기존 전투기의 개량에만 매달려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0년 64억 달러 규모의 대(對) 대만 무기판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중국은 미국과의 안보 대화를 중단시키며 반발한 끝에 결국 대만이 원했던 신형 F-16 전투기의 판매를 무산시켰다.
현 트럼프 정부도 F-35 판매안에 신중한 입장이다. 익명의 한 미국 국무부 관리는 1979년 대만관계법에 따른 무기판매는 대만의 국방수요 평가에 근거하고 있다고만 밝히며 무기판매안 내용의 공개를 거부했다.
대당 1억 달러에 이르는 F-35 가격을 대만의 국방예산이 감당할 수준인지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판매안이 성사되더라도 F-35기를 제작, 인도하는데 걸리는 수년의 기간을 고려하면 그사이에 이미 실전 배치될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젠(殲)-20과 젠-31의 전력과 맞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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