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열어라" 日 소매업체들 가격인하 경쟁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이 파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5년째 가동하며 소비 진작을 노리고 있는데도 소비자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소매업체들은 업태를 뛰어넘어 살아남기 위한 가격인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28일 아사히신문 등이 전했다. 대형 소매유통업체 이온은 4월부터 이미 생활잡화 등 500품목을 10% 전후 내렸다.
종합슈퍼 등을 운영하는 이온의 오카다 모토야 사장이 12일 기자회견에서 인하 배경에 대해 "디플레이션(불경기 속 물가하락)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거대한 일루션(환상)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슈퍼, 편의점, 드러그스토어 등 소매업체들은 가격을 내려 하나라도 더 팔아보겠다며 애쓴다.
지바시 미하마구 이온 점포에는 이달 하순 입구 근처에 '가격인하했습니다'는 표시가 여럿 보였다.
시내에 사는 44세 주부는 "일상에서 자주 쓰는 물건은 되도록 싼 상품을 산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실감할 수 없다"며 특별할인상품이 많은 화요일에 자주 점포를 찾는다고 아사히에 소개했다.
일본 소매업체들이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노림수는 절약지향성을 강하게 보이고 있는 소비자를 조금이라도 자극해 한 명이라도 더 소비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온은 가격할인 판매 효과를 경험하며 할인을 더 확대했다. 이온은 작년 가을 선도적으로 5% 가격인하를 한 상품들의 매출이 20% 정도가 늘어나자 4월 들어 할인 품목을 늘린 것이다.
일본 최대 편의점 세븐일레븐재팬도 "소비 환경이 너무 좋지 않다"면서 이미 이달 중순부터 세제 등 일용잡화 61개 상품에 대해 가격 인하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할인 판매는 도미노 식으로 확산하고 있다. 5월에는 일본 편의점 2위 패밀리마트와 3위 로손도 가격할인 판매전에 가세한다.
패밀리마트는 일상용품 25품목을, 로손은 30품목을 각각 5% 전후 가격을 내려 판매한다. 종합슈퍼 세이유는 이미 2월에 요구르트나 반찬 등 200품목을 평균 7.7% 할인해 판매 중이다.
가미고우치 다케시 세이유 최고경영자는 "소비자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현재 일본 소비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 외식업체 간부는 "아주 조금이라도 가격을 올리면 순식간에 고객들이 발길을 돌려버리는 아찔한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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