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타이어 상표권 못 준다"…인수협상 무산 노려

입력 2017-04-28 08:42
박삼구 "금호타이어 상표권 못 준다"…인수협상 무산 노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구정모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인수협상을 진행 중인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채권단으로부터 컨소시엄 구성을 거부 당해 인수협상에서 배제된 박 회장이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이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었지만, 산업은행이 "제3의 기업과 컨소시엄은 불허한다"고 하자 지난 18일 우선매수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채권단이 매각하려는 금호타이어 주식은 6천636만여주(지분율 42.01%), 9천550억원어치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한 게 아니라 산업은행과 더블스타의 거래가 무산되면 다시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더블스타는 최장 5개월 이내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채권 만기연장, 정부 인허가 등 매도 선결 요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 중에 상표권 사용 문제가 가장 크다.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에 있다. 박 회장이 상표권 허용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연간 매출액의 0.2%, 약 60억원을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했으며, 매년 1년 단위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갱신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라는 상표를 20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상황이다. 9천550억원이라는 인수대금에는 당연히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 가치가 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호산업은 최근 이사회에서 금호타이어와의 상표권 사용계약을 내년 4월 30일까지 연장하면서 "계약 기간에 해지 또는 변경 등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뒀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문제가 쟁점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박 회장의 뜻대로 금호산업이 연간 60억원이라는 상표권 사용료를 실제 포기할까.

금호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12억원이다. 이에 비교하면 상표권 사용료 6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금호산업이 박 회장의 뜻에 따라 상표권 사용료를 포기한다면 '경영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나 금호산업 주주들에 대한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는 채권단으로부터 상표권 협의요청이 오면 '협의'를 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상표권 사용을 못 하게 하더라도 박 회장 개인의 뜻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판단이라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이 상표권 소유자인 금호산업의 허락 없이 상표권을 최대 20년까지 현행 요율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해지는 더블스타가 원하면 언제든지 가능한 조건을 넣는 것은 비상식적인 계약"이라며 "채권단의 요청이 있으면 협의를 할 것이고, 합의가 안 되면 상표권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 절차대로 금호산업과 성실하게 상표권 사용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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