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과 맞붙는 정현 "테니스 시작할 때 꿈이 이뤄졌다"(종합)
오늘 밤 바르셀로나오픈 8강에서 나달과 격돌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국내 테니스 팬들이 가슴 설레어 할 대결이 성사됐다.
바로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94위·삼성증권 후원)이 세계 톱 랭커 가운데 한 명인 라파엘 나달(5위·스페인)을 상대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현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총상금 232만 4천905 유로) 단식 16강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21위·독일)를 2-0(6-1 6-4)으로 꺾었다.
이로써 정현은 28일 8강에서 나달과 맞붙게 됐다.
정현이 세계 랭킹 20위대 선수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회 예선부터 뛴 정현은 예선 두 경기와 본선 세 경기 등 다섯 차례 경기에서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쾌조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본선 8강까지 오르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예선 1회전에서 2014년 세계 랭킹 10위까지 올랐던 에르네스츠 걸비스(169위·라트비아)를 꺾었고 본선 1회전에서는 올해 호주오픈에서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를 물리친 데니스 이스토민(73위·우즈베키스탄)을 잡았다.
또 본선 2회전에서 필리프 콜슈라이버(31위·독일)를 제압한 정현은 이날 3회전에서는 세계 랭킹 21위 즈베레프까지 돌려세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즈베레프는 정현보다 한 살 어린 1997년생이지만 이미 투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세계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는 선수다.
정현의 8강 상대인 나달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만 14번 우승한 세계 톱 랭커다.
2000년대 들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와 남자 테니스계의 '쌍벽'을 이뤘고 최근 들어서도 앤디 머리(1위·영국), 조코비치, 페더러와 함께 '4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클레이코트에 강해 프랑스오픈에서만 9차례 우승, 역시 클레이코트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된다.
정현이 지금까지 세계 랭킹 5위 이내의 정상급 선수와 실력을 겨룬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 US오픈 2회전에서 당시 세계 5위였던 스탄 바브링카(스위스)에게 0-3(6<2>-7 6<4>-7 6<6>-7)으로 졌고 지난해 호주오픈 1회전에서는 세계 1위였던 조코비치를 상대로 역시 0-3(3-6 2-6 4-6)으로 무릎을 꿇었다.
정현은 ATP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ATP 500시리즈에서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매 포인트에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테니스를 처음 시작할 때 꿈이 페더러나 나달을 상대해보는 것이었다"며 "내일 나달과 경기가 기다려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달 역시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인터뷰에서 "정현을 잘 모르지만 오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분석할 것"이라며 "최근 이틀간 날씨가 안 좋았는데 내일은 맑을 것으로 예보돼 팔꿈치나 손목에 무리가 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이 투어 대회 8강에 오른 것은 지난해 4월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 이후 1년 만이다. 당시 대회는 총상금 규모가 이번 대회보다 작은 ATP 250시리즈였다.
정현은 2015년 9월 선전오픈에서 처음 투어 8강에 진출했고 지난해 4월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이 두 번째 8강이었다. 두 대회는 모두 ATP 250시리즈였고 이번 대회는 그보다 한 등급 높은 ATP 500시리즈다.
아직 투어 대회 단식 4강에 오른 적은 없다.
정현과 나달의 준준결승은 한국 시간으로 28일 밤 9시에 시작하는 앤디 머리(1위·영국)와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19위·스페인) 경기에 이어서 열린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