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전열 재정비…"르펜에 1㎝ 공간도 허용 안해"
올랑드, 내각에 "르펜 최저득표하도록 전력 다하라"…사르코지도 마크롱 지지 호소
마크롱 "르펜 증오·공포 조장하는 거짓말쟁이…城에서 태어난 체제의 상속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결선에 오른 '30대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39·앙마르슈) 후보가 노련한 상대 마린 르펜(48·국민전선) 후보에 맞서 전열을 가다듬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마크롱은 선거 레이스 초반의 미숙한 행보를 뒤로하고 르펜에 대한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며 전의를 다졌다. 우호세력들은 '극우의 집권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공감대 아래 마크롱을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마크롱은 26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북부의 쇠락한 공업도시인 아라스를 찾아 "르펜에게 단 1㎝의 공간도 허용하지 않겠다"면서 "국민의 출신이라고 강변하는 그는 실제로는 성(城)에서 태어난 체제의 상속녀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르펜은 증오와 공포를 조장하며 거짓말을 일삼지만, 해답은 제시하지 않는다"면서 "오늘도 그는 사진 찍으러 와서 15분 머물고 가버렸다. 사회적인 문제를 놓고 선거홍보 쇼를 하러 왔다 갔다"고 비난했다.
앞서 이날 마크롱이 자신의 고향 아미앵에서 노조 지도자들과 가전공장의 해외 이전에 따른 실업문제를 놓고 면담하는 사이, 르펜은 예고도 없이 아미앵의 미국계 가전기업 월풀 공장을 깜짝 방문해 마크롱을 냉혈한 자유무역론자로 공격하고 자신을 진정한 노동자의 편이라고 주장했다.
고향에서 느닷없이 숙적에게 뒤통수를 맞은 마크롱은 부랴부랴 월풀 공장을 찾아가 르펜이 '선수'를 치고 떠난 공장 노동자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월풀공장의 폴란드 이전 계획으로 실직 위기에 처한 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마크롱은 저녁에는 인근 아라스로 옮겨 3천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르펜에 대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는 '벌써 승리에 도취한 것 같다'는 최근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유세에서 평소보다도 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무질서와 증오를 조장하는 세력에 맞서 나에게 투표해달라"며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현 사회당 정부와 제1야당 공화당도 마크롱을 중심으로 한 '반(反)르펜' 전선의 공고화에 나섰다.
이미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에 대한 지지를 천명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6일 오전 각료 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르펜이 가능한 한 최저 득표를 하도록 이번 대선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스테판 르폴 정부대변인이 밝혔다.
특히 올랑드는 내각에 "지금 상황은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결선에 진출한) 2002년 대선과 상황이 다르다면서"면서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르펜에 대항하는 세력들이 강력히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대선에서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는 예상을 깨고 중도우파 자크 시라크와 함께 결선에 진출하는 파란을 연출했었다.
공화당 소속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극우세력 집권 저지를 위해 마크롱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마린 르펜이 당선되고 그의 공약들이 시행되면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에게 심대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모든 우파와 중도파가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일찌감치 마크롱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뒤 대선 불출마를 밝힌 중도파의 거물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당(MoDem) 대표도 27일 아침 BFM TV에 출연해 결선투표에서 기권하는 것은 르펜에게 표를 주는 것과 같다면서 마크롱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마크롱의 프로그램에 불완전한 측면도 있지만, 극우는 최악이다. 우리 경제에 재앙이며 그들은 사람을 출신에 따라 차별한다"고 공격했다. 이어 "(르펜은)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는 가치들을 파괴하려 한다. 트럼프를 닮았다"고 비난했다.
한편, 결선진출 실패 뒤 공화·사회당 후보들과 달리 마크롱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아 르펜을 우회적으로 돕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인 급진좌파 후보 장뤼크 멜랑숑이 며칠 내로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급진좌파 진영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알렉시스 코르비에르 대변인은 멜랑숑이 5월 1일 전까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멜랑숑 측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5월 7일 결선투표 때까지 멜랑숑의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온 터라 입장 변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프랑스 앵수미즈는 국민전선(FN)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지지자들에 의견을 물은 결과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멜랑숑이 침묵을 깨고 극우의 대항마인 마크롱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힐 경우 마크롱은 상당한 표를 끌어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멜랑숑은 이번 1차 투표에서 700만표 가량을 얻어 19.58%의 득표율로 4위에 랭크됐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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