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장 뽑은 승마협회, 정상화까지는 '산 넘어 산'

입력 2017-04-27 17:38
새 회장 뽑은 승마협회, 정상화까지는 '산 넘어 산'

신임 회장 투표장에 불참…당선 소감도 안 밝혀

'최순실 측근' 여전히 영향력 논란…회장 찬조금도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정유라 승마 특혜'로 홍역을 치른 대한승마협회가 손명원 신임 회장체제를 맞이했지만, 정상화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대한승마협회는 27일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진행된 보궐선거에서 단독 입후보한 손명원(76) 손컨설팅컴퍼니 대표이사가 유효투표수 35표 중 33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승마협회는 지난 2월 말 정유라 씨 승마 특혜와 삼성전자의 뇌물 공여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협회 회장직에서 사퇴하면서 이어져 온 직무대행체제를 마감하게 됐다.

그러나 이날 선거에는 125명의 선거인단 중 35명만이 투표해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박 전 회장이 엘리트와 생활체육 부문을 통합하면서 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약 40명이 투표에 참여했던 것보다도 적은 숫자다.

보궐선거는 전날까지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승마계 일각에서 박 전 회장이 검찰 수사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협회 임원 인준이 이뤄졌고, 선수는 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이사회의 보궐선거 결정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승마계 측근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협회 전무가 여전히 승마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다음 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손 신임회장에게는 전 회장사인 삼성이 연간 13억 원의 찬조금을 내온 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승마계 일각에서는 거액의 찬조금을 낼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한화나 삼성 등 대기업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삼성이 회장사에서 물러나는 것을 반대했었기 때문이다.

또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는 협회에서 영구제명됐지만, '만취 난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김동선 씨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국내 승마대회에 출전한 건의 처리 방향도 관심을 끌고 있다.

승마협회 개혁 등에 대한 손 회장의 입장에 관해 관심이 높지만, 손 회장은 이날 투표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 당선 소감도 밝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투표장에서 만난 승마계 관계자는 "협회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선수들"이라면서 "새 회장이 뽑힌 만큼, 하루빨리 정상화되기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bsch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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