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혼돈의 대선, 그 이후도 대비해야

입력 2017-04-27 17:35
[연합시론] 혼돈의 대선, 그 이후도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양강을 구축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대선 구도도 '1강(强)·2중(中)·2약(弱)'으로 재편되는 조짐이다. 대선을 불과 12일 앞두고 판세가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 대선에서 흔히 그래 왔듯 앞으로 남은 기간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는지는 알 수 없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27일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 44.4%, 안 후보 22.8%,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13.0%, 정의당 심상정 후보 7.5%,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5.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 주 전에 비해 문 후보는 2.3%포인트 내렸으나 안 후보는 이보다 훨씬 더 큰 5.6%포인트 하락 폭을 보였다. 반면 홍 후보는 2.5%포인트, 심 후보는 2.9%포인트, 유 후보는 0.5%포인트 상승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 급락은 주로 보수층과 호남지역의 이반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지지를 반분해왔던 호남의 경우 문 후보 55.3%, 안 후보 31.1%로 격차가 벌어졌고, 보수층의 상당수도 홍 후보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38.5%가 홍 후보를 지지한 반면 안 후보는 25.1%에 그쳤다. 중도를 표방해온 안 후보가 진보·보수의 틈바구니에서 협공을 당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일각에선 자칫 하다가는 선두는 고사하고 2등 자리도 위태로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대선 반전 카드로 통합정부 로드맵을 꺼내 들 태세다. 안 후보의 말처럼 "최고 인재를 이념과 지역, 세대를 뛰어넘어 고루 찾아 쓰겠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대선 득표율에 따라 통합 내각의 지분을 나누거나, 합리적 보수·진보 의원들을 결집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간 후보 단일화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그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카드다. 문 후보는 이에 맞서 비(非)영남 출신 총리론과 함께 국민의당, 정의당과의 협치, 나아가 당 대 당 통합 방안을 제시했다. 두 후보 모두 유권자 표심을 겨냥한 행보이긴 하나, 대선 이후 국정운영을 위한 큰 틀의 방향에 대해선 옳다고 본다.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없는 국회 지형 상 어떤 식으로든 협치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 인수위 구성도 없이 대선 다음 날부터 곧바로 업무가 개시되는 데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부 장관에 대한 내정과 인사청문 절차를 단숨에 밟아야 하는 긴박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협치의 신속한 이행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정도에서 그쳐선 안 된다. 어차피 협치를 해야 한다면 그 전에 상대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 가운데 차용할 것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정책 협치다. 내 것만 완벽하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열린 마음이 협치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아울러 대선과정에서 씻어내기 어려운 상처나 후유증을 남기는 언행도 자제해야 한다. 대선 이후 상대 후보가 협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 과도한 인신공격이나 네거티브 공세, 패권적 이념 몰이 등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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