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80년대 민주화 열망 목격, 대사로 오니 열강대열에"

입력 2017-04-27 12:13
스티븐스 "80년대 민주화 열망 목격, 대사로 오니 열강대열에"

안동 풍산고서 특강 "K-POP 때문에 스탠퍼드 학생들 한국 잘 알아 놀랐다"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27일 오전 경북 안동 풍산고에서 한국 학생들을 만났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풍산고 전교생 312명을 상대로 유창한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강연했다.

초반 30분가량은 1970년대 충남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미국 외교관 시험에 응시한 경위와 이후 한국 생활 등을 이야기했다.

그는 "외교관이 돼 한국에 근무하며 1980년대 시위현장에서 민주화에 대한 학생과 각계각층의 열망을 목격했고 민주적 선거가 치러지는 것도 봤다"며 "2008년 주한 미국대사로 돌아왔을 때 한국은 예전과 전혀 다른 세계열강 대열에 올라 있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스탠퍼드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한국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 학생들은 케이팝(K-POP)으로 한국을 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짧은 강연 후 학생들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외국어 학습이나 장래 설계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2010년 풍산고를 찾았을 때 심은 소나무는 7년이 지나 매우 보기 좋고 예쁘게 성장했는데 사람은 늙었다"는 농담으로 풍산고와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학생이 주한 미국대사 공석 기간이 길어진다고 하자 스티븐스 전 대사는 "2014년 인도에도 7개월가량 미국대사가 공석이었다"며 "지금 대사대리를 하는 외교관이 매우 능숙한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또 외국어 학습과 관련해 "어느 나라 말을 배우는 것은 단순히 언어가 아닌 그들의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다"며 "음악을 듣던, 자전거를 타던, 영화를 보던 좋아하는 방법으로 외국어를 익히고 그 언어를 이야기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라"고 조언했다.

풍산고 학생들은 인사를 제외한 대부분 질문을 영어로 했다. 일부 학생은 스티븐스 전 대사를 한국 이름인 '심은경'으로 부르기도 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1시간가량 강연을 한 뒤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풍산고를 떠났다.

그는 이날 오후 경북도청을 찾아 직원들과 간담회를 한 뒤 주한 미국대사관이 평창 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진행하는 자전거 국토종주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풍산고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도 방문한 적이 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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