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략적 인내'→트럼프 '압박작전'…달라진 美대북기조
트럼프 행정부 "전략적 인내 끝났다"…군사력 증강·경제 재제로 北압박
"실제로는 차별성 없어"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로 '압박작전'(pressure campaign)이라는 용어를 쓰며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내세운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6일(현지시간) 경제 제재와 외교 수단을 활용한 압박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등 군사력 증강과 경제 제재를 통해 핵 도발을 이어온 북한과 '암묵적 조력자'로 지목한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옥죄기에 나섰다.
다만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렉스 틸러슨 국무·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합동성명에서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핵·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과거의 노력은 실패했다"며 새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새로운 대북 기조를 뜻하는 '압박작전' 용어를 처음으로 꺼내면서 "우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더는 따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 17일 한국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북한을 향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했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을 소극적으로 압박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전략적 인내 정책의 4가지 요소로 ▲ 북한 비핵화 확신 전까지는 6자회담 재개 거부 ▲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점진적인 전략적 변화 시도 ▲ 북한 도발을 대북 제재 강화 기회로 활용 ▲ 북미대화·다자대화에 앞선 선(先) 남북관계 개선 주장 등을 꼽았다.
이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09년 북미 양자 대화 이후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전략적 인내심을 갖고 (북한에) 접근 중"이라고 밝혔고,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좀 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이어받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0년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 기조가 북한이 의제를 주도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 행동에 대응하는 데 급급해 긴장을 해소하고 외교 노력을 강화하는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자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도 북한이 참을성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우려도 불거졌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은 2013년 미국 대북정책의 한계를 시인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비인내'(strategic impatience)라고 표현했다.
당시 케리 전 장관은 "비핵화 조치를 향한 철석같은 개념이 없다면 우리는 보상하지도 않고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도 않고 식량 지원 협상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라며 대화에 앞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했다.
표면상으로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기조는 전임 정부의 기조보다 한층 강경한 입장이다. 협상의 문을 열어놓긴 했지만 제재 등을 통한 압박에 방점을 찍었고, 군사옵션도 여전히 거론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정책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작전이 전략적 인내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미 온라인매체 쿼츠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최근 마친 대북정책 검토를 보면 실질적으로 오바마 행정부 대북정책의 연속이지만 더욱 호전적인 수사가 포함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CNN도 앞서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할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온갖 경고에도 그의 전략이 이전 정부의 전략과 얼마나 다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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