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실세' 이방카 등 트럼프 일가 '족벌정치' 논란
"한 표도 얻지 못한 딸 부부가 백악관 통치"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퍼스트 도터'의 정확한 역할은 무엇인가?", "부친인 트럼프 대통령을 대리해 온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기업 이익을 위해 온 것인가?".
미 백악관의 실세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25일 독일에서 열린 여성의 지위 향상에 관한 패널 토론에 참석했다 진행자로부터 이러한 질문을 받고 주춤거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근례 보기 드문 광범위한 국정 권한을 부여받고 정책 일선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족벌정치'(네포티즘)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에 의해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인물이 사실상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칼럼을 통해 트럼프 일가에 의한 네포티즘이 미국 민주주의 명성을 해치고 있다면서 네포티즘이 이제는 미국에서 당연한 것이 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FT는 유권자들로부터 한 표도 받지 못한 이방카-쿠슈너 부부가 사실상 백악관을 '통치'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들이 미국 권력의 정점에 오른 것은 '근대 서방 민주주의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FT는 이방카의 독일 국제행사(여성의 지위 향상에 관한 패널 토론) 참석은 참석자들에게 '현대 미국 사회에서 권력과 부의 세습의 역할'을 상기시켜준 것이라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명성에 타격을 입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FT는 또 이방카나 쿠슈너의 자질과 관련해 '명문대' 학벌이 부친들의 해당 대학에 대한 거액 기부와 관련돼 있음을 시사하면서 미국 '아이비리그' 졸업생 가운데 4분의 1은 '유산'(遺産) 졸업생이라고 절하했다.
FT는 이방카-쿠슈너가 실세로 부상하면서 외국 정부나 기업들이 이들과의 줄대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익상충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핑턴포스트도 미국은 부패의 온상이 돼 온 네포티즘을 없애기 위해 지난 수십 년 간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왔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네포티즘이 당연시되고 있는 걸프 및 중동국들을 닮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스트는 이방카-쿠슈너 부부가 외교에서 내정에 이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면서 더구나 '해고될 가능성이 가장 적은' 보좌관들이 백악관을 통치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보스턴글로브도 칼럼을 통해 이방카가 단지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국제행사에 패널로 참석한 것은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혹평했다.
글로브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그리고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등이 세계 지도자 자격으로 패널에 참석했으나 이방카는 왕족이 아니고서야 대통령 딸이라는 이유로 행사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친족이나 직계 가족의 정부 고위직 등용은 미국 정치에서 드문 일은 아니나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딸-사위 부부가 지나치게 비대한 권한을 지니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 가족 기업과의 이익상충 논란도 비난 여론을 가중하고 있다.
전임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부인 힐러리 여사가 건강보험 개혁을 주도하면서 네포티즘 논란이 불거졌으나 당시 항소법원은 백악관 고문에는 반(反)네포티즘법이 적용되지 않으며, 특히 보수를 받지 않을 경우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