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반도체업체 르네사스 재기 성공했나…자립경영 '시동'
대주주 산업혁신기구 지분 19% 매각추진 소식에 주가 폭락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최대주주인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경영위기에서 벗어나 자립경영에 나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70% 가깝게 출자하고 있는 산업혁신기구가 이르면 5월 20% 가량의 주식을 매각한다. 전날 주가로 환산하면 3천500억엔(약 3조5천억원) 정도의 매각 규모가 된다.
르네사스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이바라키현 나카공장이 피해를 보면서 공장 로봇이나 자동차에 사용하는 반도체 '마이콘'의 공급을 제때 못해 경영이 악화됐다.
이에 산업혁신기구는 2013년 르네사스에 1천400억엔을 출자해 경영 재건을 주도해 왔다. 현재도 지분 69.2%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 가운데 최대 19.1%를 다음달 투자자들에게 매각한다.
26일 주가로 계산하면 산업혁신기구는 3천억엔 정도의 매각이익을 얻게 된다. 그러면 산업혁신기구의 출자비율은 50% 아래로 떨어진다. 다른 대주주 일부도 주식을 매각할 전망이다.
혁신기구가 주식매각을 단행하는 것은 르네사스 경영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서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주력제품 마이콘은 자동차 전자화나 자율주행기술 확산을 배경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르네사스는 전세계 마이콘 시장에서 20%의 점유율로 1위이고, 공장은 완전 가동 상태다. 대지진 뒤인 2013회계연도까지 적자가 계속됐지만, 1만명 규모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를 단행했다.
생산이나 개발 거점도 통합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2014회계연도에는 최종흑자로 전환했다. 작년에도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백억엔대 순이익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자립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올 2월에는 같은 업종인 미국 인터실을 32억1천900만달러(약 3조6천400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한걸음 내디뎠다.
르네사스는 독자적인 자금조달도 단행한다. 이르면 6개월 뒤에 공모증자를 통해 수천억엔(약 수조원)의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생산능력 증설 등에 사용할 전망이다.
증자 후에는 산업혁신기구의 지분율이 50% 아래로 떨어진다. 2009년 7월 설립된 산업혁신기구는 법정 존립기간이 15년간이므로 향후 지분율을 더욱 낮춰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탑재용 반도체가 '돈이 되는 분야'로 지목되면서 최근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2016년 10월에는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를 밝히는 등 M&A에 의한 과점화도 진행되고 있다. 르네사스는 경영의 주도권을 되찾아 글로벌 경쟁에 도전하려고 한다.
르네사스는 일본정부와 함께 히타치, 미쓰비시 등이 공동출자해 2002년 르네사스테크놀로지로 출범한 뒤 2010년 NEC 반도체 부문까지 통합, 일본의 반도체 부활을 내걸고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됐다.
한편 이날 르네사스 증자설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주들이 주당 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꺼리면서 대량으로 매도 주문을 내면서 전날 대비 8% 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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