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포스트시즌, 올해도 특정 선수 겨냥한 '야유'

입력 2017-04-27 10:36
프로농구 포스트시즌, 올해도 특정 선수 겨냥한 '야유'

이관희 뛰는 4차전에는 야유 소리 더욱 거세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가드 이정현(30)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정현은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3차전 서울 삼성과 경기에서 상대 팬들의 '집중 야유'에 시달렸다.

23일 안양에서 열린 2차전에서 삼성 이관희(29)와 물리적 충돌을 빚은 그가 공을 잡기만 해도 삼성 팬들은 야유를 퍼부으며 '기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15.3점을 넣었고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에서 19.5점을 기록한 이정현은 이날 9득점에 그쳤다.

이정현은 경기를 마친 뒤 "처음 겪는 일이라 심리적으로 흔들린 면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에서 특정 선수를 겨냥한 야유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먼저 2013-2014 시즌에는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SK 애런 헤인즈에게 야유가 집중됐다.





당시 정규리그에서 SK가 오리온에 6전 전승을 거뒀고 플레이오프 1, 2차전도 연달아 이기는 등 유독 오리온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SK가 15점 차로 뒤지다가 역전승했는데 이 과정에서 '오심 논란'이 불거지는 등 오리온 팬들의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고양에서 열린 3차전 경기 초반 헤인즈가 오리온 김강선과 부딪히는 장면 등이 연출되자 오리온 팬들은 이후 헤인즈가 공을 잡기만 하면 야유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헤인즈는 2015-2016시즌부터 오리온 유니폼을 입고 고양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2014-2015시즌에는 창원 LG 데이본 제퍼슨이 '타깃'이 됐다.

제퍼슨은 울산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 국민의례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미운털'이 박혔다.

이후 제퍼슨에게 야유가 집중됐고 그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까지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제퍼슨은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SNS에 '손가락 욕' 사진을 올리는 등 기행을 일삼다가 결국 4강 플레이오프 기간에 퇴출당했다.

2015-2016시즌은 전주 KCC 김민구가 팬들의 야유에 시달렸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자신보다 16살 많은 오리온 문태종과 시비를 벌인 것이 문제가 됐다.

3차전 고양 경기부터 김민구는 공만 잡으면 팬들의 야유에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이번 시즌은 이정현이 '야유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26일 3차전에는 출전 정지 징계로 나오지 못했던 이관희도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28일 열리는 4차전은 삼성의 홈 경기지만 인삼공사 원정 팬들도 관중석을 찾을 예정인 만큼 이번에는 이관희가 공을 잡을 때마다 '맞불 야유'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야유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26일 인삼공사 주장 양희종이 이정현에게 조언한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플레이에 전념하라"는 말처럼 행동해야 한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감정을 폭발할 경우 2014-2015시즌 제퍼슨의 예에서 보듯이 좋지 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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