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해서 핵폐기 협상'…美대북정책 성패 중국에 달려
대북 경제제재 강화, 중국 협력 없이 달성 어려워
전문가 "美, 대 중국 지렛대 얼마나 쓸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대북정책 기조를 요약하자면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압박을 강화해 북한 비핵화 협상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외교·국방장관 및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합동성명 형식으로 발표된 대북정책 기조에 '중국'이라는 말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경제 제재 강화"와 "북한 정권이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길로 되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책임 있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증대하도록 관여하겠다"는 말이 이날 발표의 핵심이며, '책임있는 국제사회'는 결국 중국을 칭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장해왔고 지난 6∼7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의 '마라라고 담판' 이후 구체화하고 있는 '중국 역할론'이 '최대한의 압력과 개입'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북정책의 핵심으로 자리한 것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작년 9월 9일)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의 핵심인 북한산 석탄 수출제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한미일이 새 안보리 제재에 넣을 요소로 검토 중인 대북 원유공급 제한, 북한의 어업권 판매 차단, 노동자 송출 중단 등은 모두 중국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제제재들이다.
또 중국의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탄도 미사일 발사를 억제한 뒤 그 다음 단계는 '비핵화 협상'임을 이번 성명은 분명히 규정했다.
성명에는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한다.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협상에의 문을 열어두겠다"며 협상의 목표가 북한이 요구하는 핵군축 회담이 아닌 비핵화 회담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내포된 것이었다.
여기서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는 말은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성명이 "우리 자신과 동맹국들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선에서 대북 군사행동 관련 표현의 수위를 조절한 점을 곱씹어 보면 지금으로선 협상을 통한 해법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압박과 대화는 별개가 아니다"며 "압박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북한과 대화가 제대로 될 리 없으며, 대화의 조건을 우리(한미)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북한을 시급한 문제로 여기는 '마을의 새 보안관(트럼프)' 등장을 계기로 북핵 해결 프로세스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날 미국 정부가 성명에서 "북한의 핵무기 추구는 국가안보에 대한 긴급한 위협이자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선언한 것은 최소한 북핵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는 상당히 불식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순탄하게 북한 비핵화라는 결실로 연결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당장 북한이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25일 군 창건일에 고강도 도발은 하지 않았지만, 핵무기 소형화·경량화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의미를 담을 6차 핵실험에 언제든 나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한·일을 사정권 안에 둔 탄도 미사일 역량을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미사일 실험을 멈출 의사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또 미중간 협력의 향배, 한국의 차기 대선 이후 한미 공조의 향배도 변수다.
현재 트럼프는 대 중국 레버리지를 충분히 활용해가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유도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중대 도발이 있을 경우 '진실의 순간'을 맞게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과연 중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조이는 대북 원유공급 차단 등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존 전략으로 유턴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천영우 전 수석은 "미국이 가진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을 과연 어느 정도까지 투입할 수 있을지, 미국이 가진 대 중국 레버리지를 북핵 문제에 어느 정도 사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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