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마트폰 생산허브 베트남…갤럭시S8 호조에 인력·설비 풀가동
삼성 공장, 전세계 공급 50% 담당…주문 쇄도에 현지 협력업체들도 밤낮 없어
갤럭시노트7 충격 극복에 관심…삼성 의존도 높은 베트남 경제에도 기대감
(타이응우옌성<베트남>=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25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58㎞,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타이응우옌 성의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이 공장이 2014년 3월 문을 연 이후 가장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갤럭시S8 시리즈가 비록 초반이긴 하지만 기대 이상의 돌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에서 주문이 쏟아지자 그 물량을 맞추기 위해 24시간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갤럭시노트7이 출시 2개월 만인 작년 10월 발화 사고로 생산을 중단한 이후 관련 설비를 놀리며 일부 근로자를 휴가 보내고 잔업시간도 줄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금은 6만4천여 명의 근로자가 2교대, 일부 라인에서는 3교대로 분주하게 스마트폰 조립에 여념이 없었다.
현지 공장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S8 시리즈 주문이 밀려들어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며 품질 검사도 대폭 강화했다"면서 "지난해 발화 사고가 일어난 갤럭시노트7의 악몽을 떨쳐버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법인이 받은 갤럭시S8과 S8 플러스 선주문량이 지난해 갤럭시S7 시리즈보다 30% 많은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시장에 갤럭시 S8 시리즈를 내놓는 등 5월 말까지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2곳이 수출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타이응우옌 성 인근 박닌 성에는 2009년 4월부터 휴대전화를 생산하기 시작한 공장이 있다. 두 휴대전화 공장 근로자는 박닌 성 공장 3만9천여 명을 포함해 10만 명을 넘는다.
이들 베트남 공장은 월 1천600만대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중 스마트폰이 1천만 대를 넘는다.
김동욱 삼성전자 타이응우옌 법인장은 "베트남 공장이 삼성전자 전체 휴대전화 생산물량의 50%를 담당한다"며 "이곳에서 핵심부품도 만들어 전 세계 다른 삼성전자 공장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메탈 케이스와 3D 유리는 대부분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다. 삼성전자가 중국·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9개의 휴대전화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베트남이 실질적인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휴대전화는 전 세계 80여 개국으로 수출된다. 이중 유럽과 미주 지역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갤럭시S8 시리즈의 호조에 힘입어 관련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타이응우옌 성 삼성전자 공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알루코그룹의 알루텍비나 공장은 갤럭시S8 시리즈용 알루미늄 케이스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
박석봉 알루코그룹 부회장은 "갤럭시S8 시리즈의 소재·부품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2천여 명의 근로자가 교대로 24시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는 한국 기업 85개를 비롯해 108개로, 모두 공장을 비상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이 호황을 누리면 베트남 경제의 활력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올해 1분기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5.1%로, 작년 4분기 6.2%를 크게 밑도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베트남공장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이에 따른 휴대전화 및 부품 수출 감소, 올해 갤럭시 신제품 출시가 예년보다 한달 가량 늦은 점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휴대전화가 차지하는 삼성 계열 베트남법인의 수출액이 작년 기준 399억 달러(약 45조 원)로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2.7%로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