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연봉제 향방은…대선 앞두고 공공기관 잇따라 '반기'

입력 2017-04-27 06:31
금융권 성과연봉제 향방은…대선 앞두고 공공기관 잇따라 '반기'

예금보험공사 "강압에 의한 성과연봉제 도입" 주장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한 주금공도 '원상복구' 요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금융 공공기관들이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現) 정부에서 확대된 성과연봉제 시행에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지금의 성과연봉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금융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한 예금보험공사다.

예보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29일 노사합의로 도입을 결정했으며, 올해 1월부터 성과연봉제가 시행되고 있다.

예보 노동조합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조합원 총투표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부결됐는데도 전임 노조위원장이 이를 뒤집고 사측과 성과연봉제 확대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노조는 "전임 노조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성과연봉 확대에 합의한 배경에는 개인 이해관계를 넘어 윗선 차원의 감당하기 힘든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며 실체 규명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부서장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358명 중 95%가 성과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88%는 조직 내 줄서기 문화가 심해졌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예보 사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특정 주체의 강압에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설문조사 또한 노조가 일방적으로 주도해 진행했을 뿐 전혀 검증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예보뿐만 아니라 주택금융공사 노조도 "성과연봉제를 지난 7월 노사합의 이전으로 원상복구 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 중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곳은 예보와 주금공 두 곳이다.

다른 금융 공공기관은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도입을 결정했으며, 이에 대해 노조가 법원에 효력정지 소송을 낸 상태다.

예보와 주금공 노조의 성과연봉제 '원상복귀' 주장은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힘입은 바가 크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노동계 주요쟁점인 성과연봉제에 대해 '폐지 후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달 18일 열린 공무원노조총연맹 출범식에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 평가제를 즉각 폐지하겠다"고 강조해 좌중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심상성 정의당 대선후보도 "성과연봉제는 이미 선진국에서 실패했다"며 "대통령이 되면 즉각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성과연봉제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합리적 인사 평가 제도와 적절한 보상 방안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혀왔다. 또 노사합의 없이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경우 다시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 공공기관의 움직임을 시중은행들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8개 시중은행 역시 지난해 말 경영진이 일제히 이사회를 열어 노사합의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2018년 1월 1일부터 성과연봉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전 금융권에서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다음 달 새로 출범하는 정부를 향한 금융권 노조의 성과연봉제 폐지 촉구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유력 대선 후보들이 성과연봉제 폐지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집권하고서도 공약을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성과주의라는 큰 흐름을 완전히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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