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개헌 터키 '숙청광풍'…1천명 구금·경찰 9천명 직위해제(종합2보)
개헌 부정투표 의혹 둘러싼 항의시위 속 공안몰이
전국서 3천200여명 상대로 검거작전…경찰 "나머지 계속 추적"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김수진 기자 = 개헌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장악한 터키 에르도안 정권이 반대세력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재개했다.
터키 경찰은 26일(현지시간) 새벽부터 오후까지 전국에서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FETO) 가담자로 의심되는 1천120명을 구금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은 터키에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의 추종세력을 일컫는다.
터키 정부는 귈렌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경찰 9천103명에게는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터키 정부는 작년 쿠데타 진압 직후 귈렌을 테러 모의 배후로 지목하고, 미국에 송환을 요구했다.
귈렌 본인은 쿠데타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이번 대규모 검거작전은 개헌 국민투표 가결 후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논란 때문에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중에 전격 진행됐다.
터키 당국은 쿠테타 직후 꾸준히 귈렌 세력을 잡아들였으나 최근 몇 달 새 이 같은 대규모 작전은 없었다.
경찰은 최근 혐의를 잡은 귈렌 세력 4천672명 가운데 이미 투옥된 1천448명을 제외한 3천224명을 상대로 이날 검거작전에 나섰다.
터키 경찰은 이날 1천120명을 붙잡았고, 나머지 혐의자들을 쫓고 있다.
터키 정부에 따르면 작년 7월 쿠데타 저지 과정에서 진압 군경과 민간인 249명이 숨지고 2천200명이 다쳤다.
터키에서는 지난해 쿠데타 시도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돼 9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 4만7천명이 구금됐다.
국가비상사태로 터키 정부는 쿠데타 배후 세력과 테러리스트 수사를 명목으로 헌법,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칙령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권한을 누린다.
터키 의회는 개헌 국민투표 이틀 뒤 국가비상사태를 오는 7월 19일까지 3개월 더 연장했다.
서방은 터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 제바스티안 피셔는 "터키의 대량 구금 사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법을 준수할 것을 주문했다.
유럽연합(EU) 대변인도 "모든 개인은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터키는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기준과 관례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헌 국민투표 전부터 불거진 터키와 서방 간의 긴장은 최근 며칠 새 더 증폭됐다.
특히, 유럽평의회 의회협의체(PACE)가 전날 표결을 거쳐 터키의 인권·민주주의 수준을 13년 만에 '감시등급'으로 강등해 터키 정부의 화를 북돋웠다.
유럽평의회는 범유럽권의 인권, 민주주의, 법치 수호를 위해 결성된 국제기구다.
독일 연방의회 의원인 베른트 파브리티우스는 터키 정부가 다음 달 유럽 이사회 감시단과 예정된 모든 공식 회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는 같은 날 이라크 북부에서 국제 동맹군의 승인을 받지 않고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상대로 독자 공습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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