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깐깐해진 국민 프로듀서들…'프로듀스101' 불안요소 셋
장문복 딜레마·공정성 논란·스토리와 실력의 균형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소년의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소년들도, 시청자도 상처받지 않고 마지막 콘서트까지 온전히 즐기려면 넘어야 할 큰 산이 몇 개 있다.
바람 잘 날 없기로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표주자, 엠넷 '프로듀스101'이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뜨겁다.
'프로듀스101' 시즌2는 1회 방송만으로 CJ E&M과 닐슨코리아의 콘텐츠영향력지수(CPI) 차트에서 단박에 1위에 진입했다. 시청자층이 한정된 데다 심야 방송임에도 시청률이 2% 이상을 유지하는 점도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그러나 화제성과 별개로 불안요소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 잘돼도 고민, 삐끗해도 고민…'장문복 딜레마'
2010년 '슈퍼스타K' 시즌2의 미운 오리 새끼 취급에도 굴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서 멋지게 돌아온 장문복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딜레마다. 가장 센 우승후보지만 바로 데뷔시켜주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어쨌든 제작진은 장문복 카드를 적극 활용했다. 첫 회부터 그의 분량은 압도적이었고, 그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광고를 내보내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뻔한 게임은 재미없는 법이다. 막이 오르고나니 '국민 프로듀서'들은 그를 응원하면서도 '어우장(어차피 우승은 장문복)'만 외치지는 않는다. 그는 지금 이대휘, 김사무엘 등 실력파들에게 밀려 데뷔 가능 순위권 밖으로 밀려날 위기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그가 몇 달 안에 A반으로 진입해 11위 안에 드는 것인데 우등생들은 내려올 생각을 않고, 비슷한 친구들은 쑥쑥 늘고 있다.
◇ 논란의 불씨…출연자 과거·공정성·악마의 편집
시즌2는 시작 전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질병, 출연자의 과거 행실 문제다. 결국 일부가 조기 퇴장하면서 사실상 '프로듀스98'이 됐다.
'1차 필터링'은 끝난 듯 보이지만 언제 또 무슨 과거가 불거질지 알 수 없다. 특히 프로그램이 꽤 진행되고 나서 문제가 터진다면 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엠넷 관계자는 일단 "추가로 나올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공정성' 문제다. 첫 그룹 배틀부터 점수 도출 방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엠넷은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공식입장을 내고 형평성의 기준을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앞으로 경연이 있을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발생한다면 신뢰도에 손상이 갈 수밖에 없다.
'악마의 편집' 이야기도 피해갈 수 없다. 단적인 예는 3주 내내 1위를 차지한 박지훈의 분량 실종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그의 별명이 '윙크소년'인 것은 그가 윙크를 너무 깜찍하게 한 덕분도 있겠지만, '윙크 단독샷'을 제외하면 얼굴을 제대로 못 본 탓도 있다.
엠넷 관계자는 27일 "최대한 개개인의 분량을 챙겨주려 하지만 스토리로 엮어야 하다 보니 반영이 덜 되는 부분이 있다"며 "TV의 파급력만큼은 아닐지라도 스토리로 온라인을 통해 연습생들의 영상을 많이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제는 식상한 눈물…'제2의 김소혜'는 그만
이렇듯 '스토리'에 집중이 되는 탓인지 '제2의 김소혜'를 꿈꾸며 눈물을 보이는 소년들이 유난히 많게 느껴진다. 본 방송 직후 온라인에도 "또 눈물이냐"는 댓글이 많다.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답답함도, 가족들과 떨어져 정글에 내던져진 괴로움도 알겠지만 너도나도 '제2의 김소혜'를 노린다면 '김소혜 임팩트'는 이제 없다.
그런 면에서 윤지성의 영리함에 눈길이 간다. 남다른 리액션에 장기가 있는 그는 예능감을 살려 프로그램의 '고정'으로 자리잡았다. 경연 성적은 아쉬워도 순위는 쑥쑥 오르는 중이다. 다른 참가자들이 '감동 코드'에 집중할 때 유머를 잃지 않는 그를 보고 시청자들은 "그래, 저게 재기발랄한 아이돌이지"라며 반색했다.
데뷔하고도 좌절한 연습생들, 고향을 떠나 타국의 정글에 놓인 친구들, '넌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버리는 호랑이 선생님 앞에 선 병아리들. 그러나 이러한 '사연'은 어디까지나 양념이어야 한다. '프로듀스101'은 오디션이다. 피라미드 마크가 그 증거다.
엠넷에 따르면 시즌2 첫회에 집계된 투표수는 시즌1 첫회보다 3배가 늘었다. 아직은 시즌1의 후광이라는 핀잔에 반박하기 어렵다. 계속 성업하려면 제작진도 참가자도 이 산들을 넘어야 한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