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자유 7단계 상승 63위…"박근혜 스캔들 보도 영향"
국경없는기자회 연례 발표…북한은 꼴찌
노르웨이가 6년 선두 지킨 핀란드 제치고 1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올해 한국이 전년도보다 7단계 상승했다.
RSF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2017 세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180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63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0년 42위였던 한국의 순위는 이후 계속 하락하며 작년 70위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최순실 스캔들 보도를 통해 언론의 비판 기능이 아직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2002년 RSF 집계가 시작된 이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6년 31위로 최고를 찍은 바 있다.
RSF는 한국 언론의 독립성이 박근혜 정부의 개입으로 위협받았으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으로 이어진 일련의 정치 스캔들은 한국 언론이 아직 정치를 효과적으로 보도하고, 국민 이익을 위해 복무하지 않는 정부 기관을 비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공적 논쟁은 국가보안법의 방해를 받고 있고, 이것은 온라인 검열의 주요 원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최고 7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는 언론 자기검열의 주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전체 180개국 중 꼴찌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순위 집계가 시작된 2002년부터 5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던 북한은 지난 2007년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에리트레아가 최하위로 처지면서 간신히 꼴찌를 면한 바 있다. 하지만 11년 만에 다시 꼴찌로 주저앉았다.
RSF는 "북한에서 조선중앙통신(KCNA)은 인쇄·방송매체를 위한 유일한 뉴스공급처"라며 "북한 정부는 해외 언론매체에 대해 취재 비자를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들은 북한을 방문한 외국 기자들을 긴밀히 감시하고, 이 기자들이 라디오를 듣는 것만으로 수용소에 보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사는 북한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막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해와 같은 176위를 기록해 최하위권을 맴돌았고, 일본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72위에 올랐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취임한 2012년 이래 언론자유가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에서 언론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되는 국가는 노르웨이였다.
노르웨이는 작년까지 6년 연속 선두를 지켰던 핀란드를 제치고 올해 1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에 이어 스웨덴(2위), 핀란드(3위), 덴마크(4위), 네덜란드(5위)가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RSF는 언론 독립성, 자기검열, 법치, 투명성 등의 다양한 지표를 분석해 순위를 산정한다.
RSF는 이번 순위를 발표하며 올해만큼 언론자유가 위협받은 적은 없었다며 상황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우려했다.
RSF는 "언론에 대한 공격이 다반사가 됐고, 독재자들 역시 늘어났다"며 "현재 우리는 특히 민주주의에서 탈진실(감정에 대한 호소나 개인적 신념이 객관적 사실보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 선전, 자유의 억압 시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선거 과정은 세간의 관심을 끈 '언론때리기'(media-bashing)로 얼룩졌다"며 "이는 세계를 탈진실과 허위정보, 그리고 가짜뉴스의 새로운 시대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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