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천재'로 돌아온 채태인 "비결, 자신에 대한 믿음"

입력 2017-04-26 10:47
'채천재'로 돌아온 채태인 "비결, 자신에 대한 믿음"

타율 0.387로 팀 1위·리그 5위 활약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채태인(35·넥센 히어로즈)은 재치 넘치는 플레이와 천재성 덕분에 '채천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부산상고(현 개성고)를 졸업하고 2001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투수로 입단했던 채태인은 어깨 부상으로 1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고, 군 복무를 마친 뒤 2007년 김응용 감독의 추천을 받아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채태인은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2008년 타율 0.266에 홈런 10개, 42타점을 올리며 삼성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팬들은 그의 재능에 애정을 담아 '채천재'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하지만 넥센 이적 이후에는 이런 천재성을 자주 보여주지 못했다. 삼성 주축 타자로 활약하던 채태인은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김대우와 1대 1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채태인은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7(62타수 24안타)로 리그 타율 5위,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 2개와 9타점을 곁들이며 OPS(출루율+장타율) 1.046으로 강타자의 상징인 'OPS 1.000'을 돌파했다.

득점권 타율 0.375로 찬스에 강한 해결사다운 면모를 보이고, 24개의 안타 중 장타 9개(2루타 6개, 3루타 1개, 홈런 2개)로 순도 높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채태인이 천재성을 되찾은 비결은 간단했다.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채태인은 KBO리그에서 손꼽는 라인 드라이브 타자지만, 번번이 허리와 무릎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야구가 잘 되려고 할 때마다 부상은 채태인을 집어삼켰다. 이제는 몸이 아플 것 같아 100% 자기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이지풍 넥센 트레이닝 코치는 그의 자신감을 되찾아주는 걸 목표로 삼았다. 채태인만을 위한 무릎 보강운동 프로그램을 짜서 건네주고, '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거듭했다.

2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채태인은 "올해 성적이 잘 나오는 건 생각을 바꾼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실 채태인은 작년과 올해 타석에서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가능한 삼진을 피하면서, 배트 중심에 맞히는 타격에 전념한다.

달라진 건 "이제는 무릎이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채태인은 "안 아프고 하는 게 너무 좋다. 사실 무릎에 계속 부담이 있었다. 작년에도 아픈 건 아니었지만, 다시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올해는 이지풍 트레이너가 알려준 대로 시즌을 준비하니 무릎이 괜찮더라"고 말했다.

채태인은 이 트레이너의 조언대로 몇 년 만에 크게 점프도 하고, 작년까지는 다칠까 봐 자제하던 동작도 무리가 없이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도 그의 무릎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채태인은 몇 년 동안 시달렸던 '부상 우려'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는 "코치님은 '될 놈인데 왜 주저하느냐'고 격려해주셨다. 나도 생각을 바꾸려고 책도 읽어봤고, 알려주신 매뉴얼대로 훈련했다. 그랬더니 정말 (안 아프게) 되더라. 수비에서도 움직임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채태인의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그러면 성적도 따라올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는 "이제 겨우 20경기 했을 뿐"이라며 "200타석 이상 채운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타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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