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사드 핵심장비 전격 반입…대선 의식했나

입력 2017-04-26 09:05
수정 2017-04-26 10:33
한밤중 사드 핵심장비 전격 반입…대선 의식했나

대선 이후로 넘길 것이라는 예상 깨…'논란' 예고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주한미군은 26일 새벽 기습작전을 하듯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핵심 장비를 전격 반입했다.

대선을 13일 남긴 시점에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한국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생략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은 이날 새벽 0시 무렵부터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 사드 장비를 성주골프장에 반입했다.

사드 장비 반입은 기습작전을 방불케 했다. 주한미군의 계획을 미리 입수한 경찰은 성주골프장 주변에 8천여명에 달하는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해온 성주 주민들이 뒤늦게 이를 알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주한미군의 전격적인 사드 장비 반입은 대다수 국민의 예상을 깨뜨렸다.

한미 양국이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끝낸 지난 20일만 해도 성주골프장의 환경영향평가, 기지 설계, 공사 등 모든 준비를 마친 다음 장비와 병력을 배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달 16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한국 방문에 동행한 백악관 외교정책 고문은 사드 배치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한국의) 차기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혀 사드 배치를 대선 이후로 미룰 것을 시사했다.

다음날에는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의 차기 정부와 긴밀한 교감 아래 사드 배치를 진행하고자 대선 이후로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대북 압박을 끌어내는 대가로 사드 배치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빅 딜'을 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마친지 겨우 6일 만에 사드 장비를 전격적으로 반입함에 따라 미국이 사드 배치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관측은 순식간에 깨졌다.

오히려 정권교체 가능성이 큰 이번 대선을 앞두고 사드 '굳히기'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주한미군은 대선 이후 한국의 여론 지형이 바뀌어 사드 배치가 어려워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치를 서두르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미동맹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드 배치 찬성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공고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려면 사드 배치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과 공감대를 만들며 차근차근 진행하는 게 정도(正道)라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지난달 초 사드 발사대 2기 반입 사실을 공개한 이후 모든 장비의 반입과 이동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것도 한국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을 살 만하다.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빠른 속도로 커지는 데 맞춰 사드 배치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이날 성주골프장에 사드 장비가 들어간 직후 입장 자료에서 "이번 조치는 가용한 사드 체계의 일부 전력을 공여 부지에 배치해 우선적으로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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