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전 사드 배치에 국방부 뒷수습 '난감'

입력 2017-04-26 09:24
수정 2017-04-26 10:33
환경영향평가 전 사드 배치에 국방부 뒷수습 '난감'

별도 시설공사 없이 우선 배치…국방부 "환경평가 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주한미군이 26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장비인 사격통제 레이더와 발사대 일부를 성주골프장에 전격 배치하면서 국방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국방부는 성주골프장을 미국 측에 공여하는 협의가 종료되면 환경영향평가와 시설공사 등을 거쳐 사드 장비가 배치될 것이란 뜻을 밝혀왔는데 주한미군의 전격적인 배치로 그간의 발표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특히 다음 달 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 이전에는 사드 장비 배치가 물리적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 16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한국 방문에 동행한 백악관의 한 외교정책 고문이 사드배치의 진전은 "차기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을 때도 장비 배치가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백악관 외교정책 고문의 발언 이후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사드배치가 대선 이후에 마무리되는가'라고 묻자 "현재 진행 상황을 봐서는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한미가 "부지 공여에 서명하더라도 대선 이전에 장비 반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군이 별도 시설공사 없이 사드체계 핵심장비를 전격 배치한 데 대해 국방부는 양국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배치된 핵심장비는 차량형 사격통제레이더,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 2~3기, 차량형 교전통제소 등이다. 미군은 지난달 6일 미 텍사스 포트 블리스 기지에 있던 사드 요격미사일 발사대 2기를 C-17 수송기 편으로 오산기지로 옮긴 것을 시작으로 사드 장비 운송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들 장비는 사드 부지가 있는 성주와 가까운 경북 왜관 미군기지로 옮겨져 대기 중이었다. 차량형 레이더는 무게 때문에 선박을 이용해 부산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오늘 장비 반입에 대해서는 미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밝혀 한미 국방 당국간 합의로 신속한 배치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선거를 13일 남겨놓은 시점에 전격적으로 배치 작업이 진행된 것에 대해 군 당국은 "오해를 살 부분도 있지만 (한미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된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와 설계, 시설공사, 추가 장비 반입 등의 순서로 배치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다고 한미가 인식한 것도 일부 장비 반입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이날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앞으로 환경영향평가와 시설공사 등 관련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영향평가와 시설공사 등 관련 절차는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 군은 연내에 사드체계의 완전한 작전운용 능력을 구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방부의 이런 해명은 사드 장비 전격 배치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따라 조기에 작전운용 능력을 갖추도록 신속한 배치가 필요했다는 군의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얻으려면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면서 배치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주민들이 잠든 새벽에 핵심장비를 배치한 것은 그간 반대 입장을 보여온 인근 주민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지난 2004년 8월 자이툰부대를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할 때도 서울공항에서 병력을 새벽에 몰래 출국시켰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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