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어깨 나란히' 최정 "더 꾸준히, 기복 없이"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앞뒤 한동민, 김동엽 보며 자극"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번에는 걸어들어오겠습니다."
마지막 타석을 앞둔 최정(30·SK 와이번스)은 김성갑 수석코치에게 '홈런'을 예고했다.
예언은 현실이 됐다.
25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방문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최정은 7-3으로 앞선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5번째 타석에 들어서 상대 우완 고우석의 시속 147㎞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올 시즌 최정의 열 번째 홈런이다.
2017년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10홈런 고지를 밟은 최정은 역대 6번째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도 달성했다.
최정에 앞서 이 기록에 도달한 타자는 장종훈 롯데 자이언츠 코치, 양준혁 MBC 스포츠해설위원, 박경완 SK 코치,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김태균(한화 이글스) 등 5명뿐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다.
경기 뒤 만난 최정은 "정말 대단한 선배님들이다. 한두 시즌이 아닌 현역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치신 분들"이라며 "그분들과 같은 기록을 세워 영광이다. 나도 꾸준히, 기복 없이 오랜 기간 선수로 뛰고 싶다"고 했다.
올해 최정의 홈런 시계는 매우 빠르게 돈다. 21경기 만에 10홈런을 채웠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개의 아치를 그렸다.
2016년 40홈런을 치며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 현 밀워키 브루어스)와 홈런 공동 1위를 차지한 걸 떠올리면, 올해 더 많은 홈런을 기대하게 한다.
최정은 "원래 나는 시즌 초에 부진한 유형의 타자다. 올해는 시즌 초에 홈런이 많이 나오지만, 그만큼 시즌 중간에 고비가 올 것"이라며 "40홈런을 쳐봤으니 그 정도 수준의 홈런은 치고 싶다. 하지만 홈런을 너무 욕심내지는 않겠다"고 했다.
마침 이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테임즈도 10호 홈런을 쳤다.
최정은 "세계 최고 리그에서 뛰는 테임즈와 비교가 되겠나"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KBO리그에서 뛴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홈런 경쟁을 하는 걸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기는 한다"고 웃었다.
SK는 최정을 필두로 홈런을 쏟아내며, 팀 홈런 37개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정 앞뒤 타순에 서는 한동민(7홈런)과 김동엽(6홈런)도 홈런을 쏟아내고 있다.
최정은 "두 후배가 나보다 힘이 좋다. 힘에서는 내가 상대되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래도 동민이와 동엽이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한다. 좋은 자극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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