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사리, 맛도 영양도 '만점'에 꺾는 재미까지

입력 2017-04-26 07:12
제주 고사리, 맛도 영양도 '만점'에 꺾는 재미까지

길 잃음 사고 유의해야…29∼30일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어느덧 제주에 '고사리철'이 돌아왔다. 곶자왈, 오름 등 고사리가 잘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섬 곳곳에는 봄이면 어김없이 고사리가 우후죽순 솟아오른다.

맛도 영양도 최고인 제주산 고사리를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은 4월에서 5월 중순까지 정도다. 이 기간 후에는 잎이 펴버리거나 줄기가 단단하고 질겨져서 맛이 없다.

제주에서는 고사리철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덤불을 헤치고 숲 속으로 들어가 '고사리 꺾기 삼매경'에 빠진다.





◇ 봄이면 제주는 '고사리 꺾기' 열풍

4월에 접어들어 '고사리 장마'라고 불리는 연이은 비 날씨가 지나고 나면 제주 곳곳에는 고사리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말린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비쭉 솟아오른다.

도민과 이주민은 물론 고사리를 꺾기 위해 제주를 찾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봄철이면 고사리 꺾기 열풍이 분다.

식용으로 채취하는 건 잎이 피어나기 전 동그랗게 말린 어린 순이다. 손가락으로 줄기 기둥을 잡아 '똑' 꺾으면 되기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다.

도내 시장에 가면 '고사리 앞치마', '고사리 장화' 등 고사리 채취에 유용하게 쓰이는 '아이템'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앞부분에 지퍼가 달린 주머니가 있는 '고사리 앞치마'는 꺾은 고사리를 바로 담을 수 있어서 유용하다. 앞치마 주머니가 가득 차면 큰 가방에 고사리를 옮겨 담기를 반복한다.

실한 고사리는 숲이나 덤불 깊숙한 곳에 많이 있어서 가시나 뾰족한 나뭇가지 등에 다치지 않도록 토시, 장화 등으로 무장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옷이 찢어지는 일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낡고 두꺼운 청바지 등이 작업복으로 제격이다.

초보자들은 우르르 들판이나 숲을 돌아다니며 고사리를 꺾지만, '고수'들은 숨겨둔 자신만의 '포인트'를 찾아간다.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곳은 딸이나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채취한 고사리는 고유의 독과 쓴맛을 빼기 위해 푹 삶는다. 보관을 위해서는 삶은 고사리를 말리거나 얼린다.

큰 가방이나 박스 한가득 채취했더라도 삶고 말린 뒤에는 양이 부쩍 줄어들어 귀한 대접을 받는 제주산 고사리의 '몸값'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 '산에서 나는 소고기'…맛도 영양도 '만점'

고사리는 맛이 좋은 데다가 영양성분도 훌륭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린다.

단백질, 칼슘, 철분,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머리와 혈액을 맑게 해주고 음기를 보충해 열독을 풀어주며 이뇨작용도 원활히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360여 종의 각종 고사리가 들판에서 자생하며 가는쇠고사리, 일색고사리, 바위고사리, 선바위고사리 등 약 80% 정도를 제주도의 들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 천연고사리는 '궐채'라고 불리며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됐다고 한다. 2013년 국민이 뽑은 제주 7대 특산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잎이 완전히 피지 않은 고사리를 채취해 나물 또는 국거리로 활용했으며 완전히 자란 고사리는 가을에 채취해 말린 후 이뇨제, 해열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봄철 채취한 고사리를 잘 말려서 보관해뒀다가 명절이나 제사에 쓴다.

고사리는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육즙 가득한 제주산 돼지고기와 고사리를 불판에 함께 올려 구워 먹으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오랫동안 푹 끓여 실타래처럼 풀어진 고사리와 고깃국물이 어우러진 고사리 육개장은 이제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제주의 유명 향토음식이 됐다.

고사리나물을 각종 나물 등과 함께 밥에 얹어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훌륭한 비빔밥이 된다.

삶은 고사리에 간을 해 볶은 고사리나물볶음, 고사리와 채를 썬 채소를 당면과 버무린 고사리잡채 등 고사리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봄철 입맛을 사로잡는다.



◇ 고사리 채취객 길 잃음 속출 "주의하세요"

매년 봄철이면 제주에서는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가 발령된다.

길 잃음 사고를 당한 사람 중 상당수는 고사리 채취객이다.

2014년 73명, 2015년 60명, 2016년 48명 등 최근 3년간 181명이 고사리를 채취하다가 길을 잃어버려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고사리 채취객들은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구부려 고개를 숙인 자세로 오랜 시간 풀밭을 샅샅이 살피다 보니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다른 채취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 속일수록 고사리가 많기 때문에 꺾는 재미에 빠져 점차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곤 한다.

길 잃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사리를 채취할 때 혼자보다는 일행들과 함께 가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분히 챙겨야 한다.

길을 잃어버리거나 숲속 깊은 곳에서 몸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신고할 때 주변 전신주 고유번호나 내비게이션 GPS 정보의 위도·경도, 등산로 국가지점번호 등을 말하면 구조대원들이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중산간 이상 지역은 봄철 안개가 끼는 날이 많은데, 안개가 짙은 날에는 가급적 고사리 채취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숲속 너무 깊은 곳으로는 들어가지 말고 간간이 일행이나 가족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 좋으며, 숲속에선 휴대전화가 불통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알릴 호루라기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또한 장시간 야외에 머무르게 되는 만큼 간식과 물 등을 챙겨가야 한다.



◇ "고사리 꺾고 맛보고" 29∼30일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

4월의 마지막 주말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 들녘에서는 제22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남원읍 한남리 산76의 7(국가태풍센터 서쪽) 일대에서 '생명이 움트는 행복한 남원읍으로 혼저옵서예"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청정 고사리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축제장에서는 고사리를 대형 가마솥에서 삶아 실외에서 건조하는 과정을 시연하는 '고사리 풍습 체험', 고사리전·고사리빙떡 등 고사리를 이용한 음식 만들기, 고사리 사진 전시회, 고사리 생태 체험관 등 주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일요일(30일)에는 축제장 주변 들판에서 고사리 꺾기와 보물찾기를 함께 진행하는 '황금 고사리를 찾아라' 행사가 마련된다.

참가자들이 꺾어온 고사리를 기부받아 판매, 수익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하기도 한다.

고사리를 넣은 흑돈 소시지 만들기, 동물농장 체험, 승마체험,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머체왓 숲길 걷기대회, 고사리 염색 체험, 축제 기념 골프대회 등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다.

개그맨 김한국과 함께하는 즉석 노래자랑, 풍물패 공연, 밴드 공연 등 봄 정취 속에서 다양한 문화공연도 펼쳐져 축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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