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러 2천㎞·2박3일간 이동해 한국대사관 찾은 유권자들(종합)
인도 교민, 재외국민투표 위해 5시간 새벽 운전해 한 표 행사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 주 마이소르 인근 빌라쿠페의 티베트 사원에서 수행하는 52세의 한국인 승려는 24일 오후 7시(현지시간)께 절에서 출발했다.
이후 1박 2일 동안 삼륜차, 버스, 비행기를 갈아타고 15시간만인 25일 오전 10시께 투표소에 도착한 그는 새로운 한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20여 년 전 출가해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밝힌 이 승려는 절에서 벵갈루루 공항까지 220여㎞를 차량으로 이동한 뒤 비행기를 타고 1천740㎞를 투표를 위해 날아왔다.
그는 거리로는 남부 타밀나두 주 첸나이 총영사관에 마련된 투표소가 가깝지만, 첸나이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뉴델리에서 투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속세 일과 거리를 두려 그동안 재외국민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최근 한국 상황이 안 좋아 이번엔 승려이지만 참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이 승려는 이날 오후 다시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거슬러 수행하던 사원으로 돌아간다.
제19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가 시작한 25일 인도 뉴델리의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이처럼 2천㎞를 이동하거나 새벽부터 몇 시간씩 차를 모는 수고를 감수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모여들었다.
인도 동북부 나갈랜드 주에 사는 강남휘(58) 씨는 투표를 위해 지난 23일 집을 떠나 2박3일에 걸쳐 비행기를 2번 갈아타고 1천700여㎞ 떨어진 뉴델리 대사관에 이날 오후 도착했다.
10여 년간 인도에 살면서 재외국민 투표에는 처음 참여했다는 강 씨는 "과거의 정당하지 못한 것들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힘들더라도 이번 선거에는 반드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진원(63) 씨는 북부 우타라칸드 주에서 새벽 2시에 직접 차를 몰고 출발, 오전 7시에 대사관에 도착해 첫 번째로 투표했다.
손 씨는 "투표는 국민 된 도리로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재외국민 선거에 모두 참여했다"면서 "예전에는 차량 정체 등으로 8시간 걸렸는데 이번에는 운전시간을 줄이려 새벽에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분이 대통령이 돼야 우리나라가 안정될까를 놓고 많이 고민했다"면서 "꼭 필요한 사람이 당선돼 국민을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 주인도 한국 대사는 "멀리서 오시는 유권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편의를 제공하겠다"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성숙한 민주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이번 대선에 뉴델리 1천184명, 뭄바이 337명, 첸나이 801명 등 모두 2천322명이 유권자로 등록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의 1천756명보다 32% 늘어났다.
인도는 면적이 한반도 전체의 15배에 이를 정도로 넓다. 하지만 등록 유권자 수가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에 훨씬 못 미쳐 투표소는 대사관과 총영사관이 있는 3곳에만 설치됐다. 인도 재외국민투표는 3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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