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창군절 역대 최대 화력훈련…재래식무기로 시위(종합2보)
원산 일대 장사정포 등 300∼400문 투입…김정은 참관한 듯
전략적 도발 대신 화력훈련…도발수위 조절·정세 관리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지성림 기자 = 북한이 25일 군 창건 85주년 기념일을 맞아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화력훈련을 벌이며 무력시위를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오늘 오후 원산 일대에서 대규모 화력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관 아래 장사정포 등 300∼400문을 투입해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은 군 창건 기념일을 맞아 대내외적으로 무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최전방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한 장사정포는 수도권을 사정권에 두는 위협적인 무기다.
북한은 작년 3월과 12월에도 원산 일대에서 대규모 화력훈련을 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들 훈련을 모두 현장 지도했다.
이번 훈련에는 김 위원장 외에도 리명수 군 총참모장과 리영길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이 참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명수와 리영길은 지난 24일 평양에서 열린 군 창건 85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 주석단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각각 노동당 정치국 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공식 행사가 열리면 주석단에 앉곤 했던 인물이다. 이번 중앙보고대회에 불참한 것은 원산에서 화력훈련 준비를 지휘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이번 화력훈련은 한미 양국 군이 진행 중인 연합 화력훈련에 대한 맞불 시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 군은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경기 포천 육군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에는 한미 군의 최신예 화력 무기체계와 병력 2천여명이 투입됐다.
이에 대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정세를 폭발 국면에로 몰아감으로써 북침 핵전쟁의 불집을 기어코 터뜨리려는 흉악한 속심이 비껴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적 수준의 도발 대신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화력훈련을 함으로써 도발 수위를 조절하고 정세 관리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북한이 이번 군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 대형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보고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미시간함을 한반도 해역으로 파견하는 등 대북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대형 도발에 나설 경우 '군사옵션'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한 상태다.
북한이 전략적 수준의 도발에 나서지 않은 것은 중국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중국은 이날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며 도발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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