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마친' 오바마 공식 대외활동 개시…'로키' 행보 유지
청년들과의 대화 나서…'공동체·시민참여' 이슈 주력
정치와 거리 두며 관망…내년 중간선거 '역할론' 솔솔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오랜 휴식을 마치고 대외활동에 본격으로 나섰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청소년들을 만난 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시카고대에서 공개 연설을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공개 행사 참석은 지난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난 지 94일 만이다. 그는 전날 시카고의 한 시민단체가 주선한 자리에서 현재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당면 문제와 미래 비전을 얘기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안 던컨이 창설한 '시카고가 진정한 경제적 운명을 만든다'(CRED)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그는 이어 이날 오후 시카고대에서 '공동체 조직과 시민참여에 관한 대화'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차세대 리더들에게 격려와 조언을 해줄 예정이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외활동에 나선 시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앞둔 상황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외활동은 미묘한 정치적 파장를 던져주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반(反)이민 행정명령 발동을 비롯해 건강보험개혁안인 오바마 케어, 기후변화협약, 외교정책 등에서 '오바마 업적 뒤집기'를 시도해왔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서 "정치적 논란을 부를 언행은 아예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21일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 비판'은 자신이 추구하는 대의를 확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아니라 트럼프 진영만 이롭게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는 한편, 오히려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극우 보수파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외활동을 본격화하면서 현실 정치에서 떨어져 청소년과 젊은 지도자들을 상대로 '로키'(Low-key) 행보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지원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패배한 이후 5개월 동안 정치와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오바마 전 대통령의 레거시(유산)를 부정하고 강경 일변도 정책을 강행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맞서거나 비판할 의도는 없지만 향후 특정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언급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아마도 그 시기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지원 사격'이 필요한 내년 상·하원 중간선거가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예상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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