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고 불안한 '청춘'의 노래…정규 1집 낸 밴드 혁오(종합)
정규 1집 '23' 음감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유스'(youth·청춘)라는 단어에는 두 개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청춘 자체는 찬란하고 빛나는 의미도 있지만 흘러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방황하고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였다는 의미도 있죠."
데뷔 2년 반 만에 첫 정규 앨범 '23'을 발표한 밴드 혁오의 보컬 오혁(25)은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청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 뮤지엄에서 열린 음감회에서 오혁은 "2년 전부터 이번 앨범을 고민했다"며 "두 장의 미니앨범을 냈는데 새로운 메시지와 주제로 앨범을 작업할지 아니면 기존 메시지나 정서를 마무리하고 갈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 앨범이 한 장도 없다 보니 음악적으로 마침표를 찍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이때까지 간직했던 공허하고 염세적인 정서를 이번 앨범에도 똑같이 담았다"고 설명했다.
새 앨범은 불타버린 청춘의 허망함을 담은 '버닝 유스'(Burning Youth)와 슬럼프에 빠진 감정을 노래한 '도쿄 인'(Tokyo Inn), 목적도 방향도 잃은 삶을 담은 '지정석' 등 염세적이고 공허한 정서가 한층 짙어졌다.
오혁은 "염세적·자조적 모드를 이어가겠다고 생각한 즈음에 마침 슬럼프가 와서 작업을 6개월 쉬었다"며 "그러다 보니 곡이 훨씬 우울한 무드로 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중성을 잃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데모 작업 때만 해도 굉장히 대중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작업하면 할수록 대중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고 마스터링을 마친 뒤에야 대중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밴드 혁오는 오혁(보컬), 임동건(베이스), 임현제(기타), 이인우(드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로 지난 2014년 9월 미니앨범 '20'으로 데뷔했다. 신인답지 않은 연주력과 펑크(funk), 뉴웨이브, 팝을 넘나드는 독창적 사운드로 주목받았다.
이어 2015년 5월 미니 2집 '22'를 발매한 뒤 같은 해 7월 MBC TV 예능 '무한도전'의 '영동고속도로 가요제'편에 출연하며 가장 '핫'한 인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무한도전' 출연으로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된 소감도 밝혔다.
오혁은 "운이 좋게 '무한도전'을 통해 대중적 관심을 받게 됐다. 당연히 상상해 본 적도 없고 모든 것이 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음악적으로 대중성은 얼마만큼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되고 부담이 됐다"며 "대중성을 맞춰볼까도 했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라 실패했다"고 웃었다.
그는 또 "애초에 네 명이 모였을 때 돈을 많이 벌고 록스타가 되자고 해서 모인 것은 아니다"며 "그냥 멋있는 음악을 오래 하자는 모토를 세웠다. 상업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이게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혁오의 정규 1집에는 더블 타이틀곡 '톰보이'(TOMBOY)와 '가죽자켓'을 비롯해 '완리(万里)', '다이 얼론'(Die Alone), '폴'(Paul) 등 한국어, 중국어, 영어 가사로 구성된 총 12곡이 수록됐다.
이번 노래에 영어, 중국어 가사가 많이 쓰인 데 대해 오혁은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이 굉장히 많다"며 웃었다.
다만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 가사를 쓴 게 아니라 곡을 쓸 때 무드와 어울릴 것 같은 언어로 가사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멤버들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서정적 멜로디와 서사적 곡 전개가 돋보이는 '톰보이'를 꼽았다.
임동건은 "음악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다 보면 다른 곡은 귀에 안 들어오는데 '톰보이'는 자꾸 귀에 들어와서 따라부르게 된다"고 말했다.
임현제는 '톰보이'와 '지정석'을 꼽았다. 임현제는 특히 "톰보이는 이번 앨범의 코어(core)이자 혁오 나름의 스탠더드를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혁은 "요즘 한국을 떠나 전 세계 음악을 들어보면 자극적이고 빨라서 귀가 힘든 느낌"이라며 "덜 자극적이고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톰보이는 그런 마음을 담아서 만든 곡"이라고 덧붙였다.
오혁은 또 최근 아이유와의 듀엣 작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혁은 아이유와의 듀엣곡 '사랑이 잘'의 작업 과정을 설명하며 "'사랑이 잘 안 돼'를 '사랑이 잘'로 고친 이유는 그냥 제가 네 글자를 좋아해서"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아이유와의 음원 맞대결에 대해 "'사랑이 잘'을 이기고 싶다. 그 노래뿐만 아니라 지금 1위를 하는 '팔레트'도 이기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