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살림꾼 이진주PD "윤여정·신구가 노년의 여유 보여줘"
"1호점 철거 때 좌절했지만 현지인들 발 벗고 도와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윤여정, 신구 선생님을 통해 은퇴 후 여유롭고 멋있게 사는 노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두 분을 모셨습니다. 긴 휴가를 얻어 떠난 여행지에서 일상처럼 지내는 모습이랄까요."
나영석 PD의 단짝 이서진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식당 사장' 윤여정 카드에 정유미, 신구라는 캐스팅 조합은 범상치 않았다. 이들은 결국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나 PD와 함께 금요일 밤의 판타지 tvN '윤식당'을 책임지는 이진주(31) PD는 24일 서면인터뷰에서 '신의 한 수' 같은 캐스팅에 대해 "'윤식당'의 사장님인 윤여정 선생님을 가장 처음 염두에 두고 캐스팅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구 선생님은 윤 선생님과 더불어 은퇴 후 여유롭고 멋있게 사는 노년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모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프로그램에서 신구 선생님이 영어로 서빙하고 주문을 받을 때가 제일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정유미씨의 가장 큰 매력은 윤여정 사장님을 차분히 도와서 주방의 흐름을 지휘할 때 나타난다"고 자랑했다.
케이블 채널이지만 시청률이 1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는 비결에 대해서는 뜨내기 여행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살아보기'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인기비결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식당 영업으로 바쁠 때도 있고 '멘붕(멘탈 붕괴)'이 올 때도 있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긴 휴가를 간 듯한 느낌을 주는 게 가장 큰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에서 휴가만 바라보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질적으로 받는 휴가가 그리 길지 못하니까요.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긴 휴가를 가서 일상을 지내듯 여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윤식당'이 번창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외국인 손님들에 대해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리얼함'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PD는 "외국인 손님들의 존재와 그들의 반응은 100% 실제상황이기에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강화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줬다"며 "출연자들도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며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 긴장하면서 음식을 내놓았는데 다들 맛있게 먹어줄 때 '나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식당'은 해외에서 촬영돼 식당 건축, 인테리어, 조리도구 구비 등에 제작비가 많이 든 '비싼 예능'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해 이 PD는 "현지 물가가 별로 비싸지 않아서 소품이나 건축 비용은 오히려 많이 들지 않았다. 다만 집과 식당, 두 곳에 장비를 놓다 보니 그런 면에서 비용이 좀 지출됐다. 그 외에 특별히 더 들어간 비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PD는 '윤식당'에 닥친 국내 및 현지에서의 위기에 소방수 역할을 했다. 특히 1호 점을 갑자기 철거하게 됐다가 2호 점을 열기까지가 가장 큰 위기였다.
그는 "그 순간에는 잠시 좌절했다"며 "하지만 한 달간 식당 조성에 참여했던 미술팀과 작가들, PD들이 현지 목수, 기술자와 함께 일하며 매우 좋은 관계를 맺어왔고, 그래서 현지인들이 진심으로 1호점 철거를 안타까워하면서 열심히 2호점 세팅을 도와줬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머무르다 보니 현지에서 소중한 인연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윤식당'은 번역료 미지급 논란도 겪었다. 이 PD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크게 보면 PD, 작가, 현장 스태프뿐만 아니라 마케팅, 홍보, 편성 같은 제작 외 관계부서 사람들도 포함된다"며 "이번 번역료 미지급 논란 같은 일은 100% 오해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관계부서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줬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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