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강도 권총은 70여년전 만든 80만정 중 하나…국과수 추정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의뢰로 제작…한국전쟁 때 사용했을 수도
(경산=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경북 경산 자인농협 무장강도가 범행에 사용한 45구경 권총은 2차 세계대전(1939년∼1945년) 당시 미군이 주문해 만든 80만정 가운데 1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북경찰청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 같은 내용을 알려왔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자인농협 하남지점 총기강도 사건 피의자 김모(43)씨를 검거한 뒤 확보한 권총 사진을 국과수에 보내 총기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이 권총이 1942년∼1945년 미군 의뢰로 미국 총기업체(RAMINGTON RAND INC)가 생산한 80만정 가운데 1정으로 추정된다는 감정 내용을 경찰에 통보했다. 권총 오른쪽에는 1911A라는 숫자 등이 적혀있다.
경찰은 당시 80만정 가운데 일부가 현지 민간인에게 흘러들어 갔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이 권총을 갖고 들어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한국군도 과거에 45구경 권총을 사용했다는 지적에 따라 군을 대상으로 총기 유출 등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군에서 이 권총을 유출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경찰에 "우리 군에서 사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2003년 칠곡에 있는 직장 상사 지인 A씨 집에 갔다가 창고에서 우연히 권총과 실탄을 발견했다"는 김씨 진술을 토대로 A씨(사망 추정)가 미군 등을 통해 총을 입수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동료 1명과 함께 간 김씨는 홀로 창고에서 물건을 뒤지다가 45구경 권총과 탄환 5∼7발씩이 든 탄창 3개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군이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서 15년 가까이 차 트렁크에 이를 보관하고 총기 관리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권총 출처를 밝히기 위해 군과 김씨 직장 상사 등을 상대로 추가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 검찰에 권총을 보내 추가 감식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권총 출처를 밝히고 아직 압수하지 못한 실탄 7발이 든 탄창을 확보하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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